[서정욱 미술토크] 200년 만에 다가온 빛의 화가

입력 : 2010.08.05 13:54

베르메르

[서정욱 미술토크] 200년 만에 다가온 빛의 화가

네덜란드 어느 시골 농가의 소박한 부엌입니다. 우유를 따르며,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이는 하녀의 얼굴에서는 일상의 평화로움이 느껴집니다.

노란 옷에 빨간 치마 그리고 파란앞치마, 녹색테이블과 하얀 우유, 이 모든 색들의 조화로움이 묘~하게 어우러져, 소박한 정경은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 그림은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입니다.

렘브란트와 함께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국보급화가 베르메르. 하지만 그가 이러한 명성을 얻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베르메르는 19세기 사실주의와 인상파 화가들에 의해 재조명 될 때까지 약 200년간이나 잊혀졌던 화가였습니다.

베르메르는 네덜란드 델프트라는 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 곳에서 살았고 43세에 죽기 전까지 약 30여점의 작품만을 남겼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여인이나 일상을 다룬 소품들 이었죠. 그래서 그의 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처음 보셨던 그림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다시 볼까요?

우유를 따르는 여인
우유를 따르는 여인
자세히 보시면, 부엌에 있는 빵의 질감, 바구니의 질감 그리고 벽에 나있는 못자국과 작은 구멍까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창문의 깨져 있는 모습까지 그렸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가 얼마나 세밀하고 정확하게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혹자는 “베르메르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사물의 모습을 영상으로 투사하여 그렸다.” 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그림 '화가의 아틀리에'를 보면 바닥의 무늬와 지도의 주름 등 그의 사실적 묘사가 정말로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이 공간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르메르는 왼쪽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의 효과를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그 밖의 다른 그림들을 보시죠.

푸른 옷의 편지를 읽는 여인
푸른 옷의 편지를 읽는 여인

 

저울을 든 여인
저울을 든 여인

 

하녀와 함께 편지를 쓴 여인
하녀와 함께 편지를 쓴 여인

많은 그림에서 베르메르가 왼쪽 창문의 빛을 잘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빛이 있는 공간의 색과 그림자의 변화를 잘 관찰하여, 사실적으로 그려낸 베르메르는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베르메르는 노란색과 파란색을 잘 쓰는 화가로도 유명합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
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

 

러브레터
러브레터

 

물주전자를 든 여인
물주전자를 든 여인

 

레이스 뜨는 여인
레이스 뜨는 여인

 

지리학자
지리학자
그가 여인을 그린 많은 인물화에서 모델들은 노란색과 파란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베르메르는 작품 '지리학자', '천문학자', '세 사람의 연주회', '음악수업' 등 몇몇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많은 그림에서 여성을 그리고 여인을 주제로 한 일상의 모습을 그려내었습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특히 영화의 제목이기도 했던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면 베르메르는 귀걸이를 한 소녀의 눈빛을 너무나도 순수하고 매혹적으로 그려내었습니다. 말씀드렸듯 베르메르의 작품들은 그 수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후원자에 의해서 대부분 구입 되었기에 더더욱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남긴 그림 중 자신을 그린 것은 '화가의 아틀리에'라는 작품 하나뿐입니다. 그마저도 자신을 뒷모습으로 그려 놓았습니다.

정적인 아름다움을 그려내었던 그의 그림처럼, 베르메르 내성적이었고, 자신을 잘 내세우지 않았던 조용한 성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일상 속의 잔잔한 아름다움. 베르메르의 작품들을 감상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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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 갤러리 대표 서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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