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03 14:32
우리가 늘 사용하는 엘리베이터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854년 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 기계의 편리성에 감탄하면서도, 대기시간이 길고 운행속도가 느리다며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발명자 엘리샤 오티스는 큰 고민에 빠졌고 그 후 갖가지 방법들을 동원해 보지만 이용자들의 불평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직원의 아이디어로 너무나 간단하게 이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달았던 거죠. 그 후 불평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나르시시즘! 정신분석학 용어로, 자기애라는 것인데요. 물에 비친 자기모습에 반하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없이 바라보다가 죽어서 수선화가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속의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어 정신분석학자 네케가 지칭한 용어입니다.
이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는 많은 화가들에게 매력적인 소재로 다루어져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이 화폭에 담겨졌습니다. 감상해 보시죠.
니콜라 베르나르 레피시에의 꽃으로 변한 나르시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에코와 나르시스, 니콜라 푸생의 에코와 나르시스입니다.


우리는 그림 속 비너스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거울 속 에 흐릿하게 비친 비너스의 얼굴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그림은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 그림의 모델은 벨라스케스의 애인 플라미니아 트리바라는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글쎄요? 벨라스케스는 아름다운 비너스를 그린 것일까요? 아니면 누드화를 그리고선 비너스로 감춘 것일까요?
벨라스케스가 화폭에 거울을 등장시킨 또 하나의 유명한 작품이 있습니다. 라스 메니나스입니다.

이번에도 그는 거울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공간을 담았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그림의 뒤쪽 벽에 거울이 걸려있고 그 속에는 두 명의 인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거울 속의 인물은 왕 필립 4세와 왕비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화가 벨라스케스는 왕과 왕비를 그리고 있는 것이고, 그 광경을 공주와 하녀들이 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공주 마르가리타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왕과 왕비가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튼 벨라스케스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거울 앞의 비너스”에도 “라스 메니나스”에도 거울을 사용하였습니다.
거울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공간을 보여주는 작품은 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입니다.

거울은 직접 볼 수 없는 공간을 보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는 직접 볼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볼 수 있죠. 그런데 때론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에 빠져,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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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 갤러리 대표 서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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