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미술토크] 고흐의 마음을 사로잡은 화가

  • 글·컨텐츠·사진 제공_서정욱

입력 : 2010.09.16 10:37

밀레

밀레는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그뤼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뤼시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려서부터 농촌에서 자라난 밀레에게 있어서 농사와 농부들은 매우 자연스런 삶의 모습 그 자체였겠죠. 그래서 밀레는 ‘농부의 화가’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키질하는 사람'
그가 농부를 주제로 처음 그림을 선보였던 것은 1848년 '키질하는 사람'에서였습니다. 그 후 파리에서 활동하던 밀레는 전염병이 돌아 이를 피해 바르비종이라는 지역으로 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농촌의 생활상을 담게 됩니다.

그때 바르비종파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밀레와 마찬가지로 전염병을 피해 이동한 여러 화가들이 바르비종지역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면서 형성된 미술입니다. 흔히 자연주의라고도 하죠.

밀레는 바르비종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하지만 밀레의 그림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밀레의 풍경화에는 사람이 중심이었으니까요.

'이삭줍기'
밀레의 '이삭줍기'입니다. 너무도 유명한 그림이죠. 과자 포장지로도 사용되고 있을 만큼 사랑받는 그림입니다. 아마 그림에서 느껴지는 소박하고 따뜻한 평화로움이 그 이유 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사실 조금 마음 아픈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화면의 분위기는 일하는 아낙들을 숭고하고 평화롭게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은 추수가 끝난 밭에서 끼니를 잇기 위해 떨어진 이삭을 주우며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 멀리 보이시나요? 산처럼 쌓여진 볏짚과 말을 타고 감시하는 감독관. 밀레는 그들과는 대비되는 하층민을 그렸던 것입니다. 덕분에 밀레는 정치적화가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아무튼 밀레는 가난하고 비참했던 농부들의 삶을 자신만의 시각을 통해 경건하고 평화롭게 완성해 놓았습니다.

'만종'
'이삭줍기'만큼 유명한 그림 '만종'입니다. 만종은 농촌의 부부가 하루를 마치며 수확한 감자를 사이에 두고, 감사의 기도를 하고 있는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한 노을빛 아래 종소리가 들리는,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살바도르 달리 때문이죠.  달리는 말했습니다. 그림 가운데 있는 것은 감자가 아니고, 아기 시체다. 그리고 농촌 부부는 가난 때문에 굶어죽은 아기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어떠했을까요? 대부분 달리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을 했지만, 그 후 x선 촬영결과 박스 형태를 그려 넣었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알 수 없죠. 아무튼 이 만종은 지금껏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복제품이 만들어진, 가장 대중적인 그림이 되었습니다.

밀레는 말년에 명성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 가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농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졌었고, 그런 마음이 가난한 농촌의 모습들을 그토록 아름답고 평화롭고, 경건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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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 갤러리 대표 서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