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거나 안 깨지거나 둘 중 하나다. 유리에는 중간이 없다. 유리라고 하면 으레 차갑고도 단단한 유형의 사물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본래 그 태생은 한없이 뜨겁고도 유연하다. 섭씨 천 도가 넘는 가마 불길 속에서 녹아내리고 생동하고 요동하며 유리는 그제야 생명을 얻는다...
지난해 10월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작품 두 점이 한화 5억4000만원에, 올해 7월에는 추상화 한 점이 3억3000만원에 낙찰되는 등 대만 추상화가 소피창(Sophie Chang)을 향한 국제 미술계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스크롤과 탭만으로 콘텐츠의 즉각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도 여전히 페이퍼 퍼스트가 건재한 곳 중 하나는 미술 전문지다. 미술계 특성상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긴 호흡의 콘텐츠에 대한 니즈와 더불어 기록과 아카이브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이 ..
어릴 적 놀이동산이나 학교 운동회에서 봤던 기억 때문일까. 한껏 탐스럽게 부푼 은박 풍선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기 마련이다. 이경미가 그리는 풍선은 한쪽이 찌그러지거나 바람이 빠져 쪼그라들었지만 알록달록한 색감과 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는 ..
“아무 설명도 써놓지 않고 그저 바닥에 덩그러니 놓곤 해요. 그러면 지나가던 관객들이 하나둘 멈춰 서선 이리저리 살펴봐요. 그러곤 이게 대체 뭐냐고 묻죠.” 바로 그거였다. 정그림(27)이 의도한 그대로였다. 보는 이가 궁금해하며 스스로 추측하고 탐구하게 하는 것. 정..
2000년 뉴욕, 최울가(65)의 겨울은 지독히도 모질었다. 재료비를 아껴보겠다고 매일 아침 소호 거리로 나가 다른 작가들이 쓰고 버린 캔버스를 주워와 있던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었다. 며칠에 한 번 겨우 세수할 정도로 작업에만 매몰돼 살던..
사랑은 누구나 공감하고 경험해본 감정이자 일상일 테다. 이 익숙하고도 진부한 소재를 매혹적인 비일상으로 그려내는 신모래(32)는 밀레니얼세대 사이 확고한 팬덤과 마니아층을 형성한 스타 작가다. 그의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은 접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