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설명도 써놓지 않고 그저 바닥에 덩그러니 놓곤 해요. 그러면 지나가던 관객들이 하나둘 멈춰 서선 이리저리 살펴봐요. 그러곤 이게 대체 뭐냐고 묻죠.” 바로 그거였다. 정그림(27)이 의도한 그대로였다. 보는 이가 궁금해하며 스스로 추측하고 탐구하게 하는 것. 정..
2000년 뉴욕, 최울가(65)의 겨울은 지독히도 모질었다. 재료비를 아껴보겠다고 매일 아침 소호 거리로 나가 다른 작가들이 쓰고 버린 캔버스를 주워와 있던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었다. 며칠에 한 번 겨우 세수할 정도로 작업에만 매몰돼 살던..
사랑은 누구나 공감하고 경험해본 감정이자 일상일 테다. 이 익숙하고도 진부한 소재를 매혹적인 비일상으로 그려내는 신모래(32)는 밀레니얼세대 사이 확고한 팬덤과 마니아층을 형성한 스타 작가다. 그의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은 접했을..
작업실. 작가에게 산실의 공간이자 치열한 창작, 그 삶 자체인 곳. 속살과도 같이 은밀하면서도 영 궁금한 그곳이다. “저도 어렸을 때 그랬어요. 저 작가의 작업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곳에서 그림을 그려낼까. 제멋대로 상상해보기도 했더랬죠. 어쩌다가 기회가 닿아 ..
지난 몇 년 사이 이른바 아트테크, 즉 미술품을 활용한 재테크 상품이 성행하기 시작하며 그중에서도 공동구매, 공동소유 등의 키워드를 달고 온라인 기반으로 해 소비자 접근성이 용이한 비즈니스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이들은 대개 일반은 구입하고 싶어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붓을 움직인 것은 작가지만 정작 그림 안에 작가는 없다. 종일 하늘을 날았지만 날아다닌 흔적이 없는 새처럼. “모든 작업과정은 궁극적으로 제 흔적과 체취는 완전히 지워내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물성을 살려 화면 그 자체만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김근태(67)의 회화에는..
전시장 벽에 걸린 천이 발광(發光)한다. 무슨 조명이라도 비춰서 그런 것인가 싶어 다가가 보지만 조작은 없다. 그림은 살아 숨 쉬는 듯 여전히 화면에서 스스로 빛을 내뿜는다. 김택상(61) 청주대 비주얼아트학과 교수의 작업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시차(時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