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사방 벽을 가득 메운 작품 46점은 한 몸이다. 설치도 판매도 모두 함께 이뤄지는 ‘한 세트’다. 다작을 지양하고 일 년에 고작 십여 점 제작하는 작가로선 큰 도전이자 색다른 시도였다. “이렇게 대형 스케일로 작업해 전시하는 건 최초에요.” 28세의 나이에 세..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위치도 흘러가는 시간도 모두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 비슷한 일을 겪은 두 도시다. “이들 도시명의 뜻을 아시나요? 광주는 빛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좋은 공기라는 뜻이죠. 그러나 두 도시는 이름과는 달리 어둡고 숨도 못 쉴 정도의 괴로운 시..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
어릴 적 갖고 놀던 구슬은 그 안에 마치 작은 우주 품고 있는 듯 했다. 오색찬란하고 영롱한 빛을 가두고 있어 아름답고도 묘한 작은 풍경을 자꾸만 들여다보게 했다. ‘빛과 공간(Light and Space)’ 조각가 헬렌 파시지안(Helen Pashgian·85)도 구..
10년 넘도록 자연과 도시 풍경에 몰두했다. 자연에서는 온갖 잡음을 초월한 고요한 적멸을 잡아냈고 혼잡한 도심의 소음 이면에서는 고독과 적막을 포착했다. 산속만 선경(仙境)이 아니라 작가에게는 도시 또한 속세 안의 선경이었던 셈이다. 이갑철(60)은 자연과 도시라는 ..
남관(1911~1990)은 ‘동양과 서양을 융화한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파리에 정착한 지 1년 만에 파리시립미술관 기획 ‘현대국제조형예술전’(1956)에 참여하고, 이후 당대 파리 화단을 이끈 전위예술모임 ‘살롱 드 메’에 평론가 가스통 딜을 통해 한국인 최초로 초..
이정민은 도시를 걸으며, 신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산책을 통해 지나치는 풍경에서 자신의 정서를 촉발하는 요소를 발견하고 수집했다. 이를테면 도심 속 공터, 공사장 철근, 부자연스럽게 다듬어진 조경용 나무 혹은 변두리의 버려진 숲과 같은 것들이었다. 때로는 시장에 진열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