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진 꽃무리가 피고 지기를 거듭하고 거대한 동물은 생멸을 반복한다. 생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순환하며 그 어떠한 상황 속에도 자연은 언제나 살아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 역시도 자연의 일부다. 아트 컬렉티브 ‘팀랩(teamLab)’이 연속적인 생명의 아..
울렁이는 강물을 배경 삼아 그 앞으로는 갈숲이 너울거리고 저 너머로 석양이 아른거리는 듯하다. 이내 선선한 바람이 몸을 휘감고 스쳐 가니, 영락없이 야외에서 즐기는 망중한이다. 형태도 이미지도 없는 김근태(67)의 희뿌연 재색 화면에서 호화로운 풍경이 읽히는 까닭은 무..
기원전을 뜻하는 B.C.(Before Christ)를 본떠 코로나19 이전의 세상, 즉 ‘비포 코로나(Before Corona)’란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인의 일상을 한순간에 뒤바꾼 역사적 기점으로 언급된다. 매일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됐던..
윤향로(34)의 회화는 ‘스크린샷’과 같다. 그는 이전 세대 한 추상표현주의 작가의 활동을 정리한 책 내용을 활용해 이를 화면에 반영한다. 즉, 타인이 참조한 미술사적 요소를 재참조하는 것인데, 미술사적 레퍼런스에 윤향로란 작가 개인의 삶의 서사를 연결 짓는 행위를 ..
수백만 개 색채를 구현하는 전자 팔레트가 등장하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로 작품을 감상하는 시대에 ‘손작업’은 시대역행적으로 취급받을 만큼 미련하게 느껴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땀과 노동이 없는 작업이란 이진우에게 공염불일 뿐이다. 그는 머리 없이 몸으로 그린다. 지름길이..
작가는 애타게 봄을 기다렸다. 그의 캔버스에 분홍 색채가 꽃잎 물들 듯 번져든 까닭이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다시금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색인 핑크는 깊고 쓸쓸한 겨울을 살아내게 하죠. 마치 인생의 거친 풍랑을 지나고 내면을 마주하고서야 만난 자신의 비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