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25 17:37
반복되는 생멸의 순환 담은 인터렉티브 아트 ‘teamLab: LIFE’展 개막
아트 컬렉티브 ‘팀랩(teamLab)’, 한국에 상륙
인공 자연이 시사하는 생명의 아름다움
흐드러진 꽃무리가 피고 지기를 거듭하고 거대한 동물은 생멸을 반복한다. 생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순환하며 그 어떠한 상황 속에도 자연은 언제나 살아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 역시도 자연의 일부다.
아트 컬렉티브 ‘팀랩(teamLab)’이 연속적인 생명의 아름다움과 순환을 주제로 ‘teamLab: LIFE’展을 한국에다가 차렸다. 25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개막했다. 일반 공개 전부터 전지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엄정화, 정려원 등 유명 인사들의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화제 몰이를 한 바로 그 전시다.

팀랩은 특유의 압도적이고 몰입감이 극대화된 인터렉티브형 전시로 전 세계를 횡단하는 국제적인 디지털 아트 그룹이다. 작가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CG 애니메이터, 수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2001년 조직돼 집단적 창조를 통한 과학융합예술을 선보여 왔는데, 특히 예술과 과학,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 인간과 자연과의 교차점을 모색하는 데 몰두해오고 있다.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도쿄 모리 빌딩 디지털 아트 뮤지엄에 상설 전시돼 있는 ‘팀랩 보더리스’로 익숙하다. 지금껏 뉴욕, 런던, 파리, 싱가포르, 실리콘 밸리, 베이징, 타이베이, 멜버른 등 세계 각지에서 상설 전시와 아트 기획전을 개최해오며 인터렉티브 아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각 전시의 체험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이들의 작품은 혁신적인 과학융합예술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아트 러버들을 매혹시켰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도 그간의 주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생태계의 순환과 이 안에서의 인간의 역할과 영향력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리로, 전시장 전체를 초현실적인 공감각의 체험장으로 조성해놨다. 캔버스나 프레임이라는 기존의 정형화된 틀과 개념을 벗어나 작품에 대해 보는 이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감상자는 스스로를 인식하고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실감한다. 작품 안으로 들어가 이와 융화되는 경계가 허물어진 현대 미술을 그야말로 온몸으로 즐기는 셈이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상상이 그대로 실현된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꽃, 한 번의 터치만으로 소리를 내는 동물, 등 뒤로 흩어지는 나비 형상을 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자면 복잡한 현대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돼 빛의 대자연 속에 갇힌 듯한 감상이 든다. 8개의 작품은 미로 같은 공간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성인은 성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상상의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다. 어느 작품이 어느 공간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발이 향하는 대로 전시장을 헤매다 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광경 속에 뛰어들어 빛과 색의 샤워를 만끽하면 된다.
이렇듯 팀랩은 감상자의 오감을 일깨워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과학 기술이 만들어낸 인공의 생태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과의 가장 강렬한 교감을 경험한다. 팀랩의 전시가 인터렉티브 아트의 정수로 꼽히는 이유다. “자연에 깃든 축복, 위협 그리고 문명이 가져다준 혜택과 위기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살아 있다. 생명은 언제나 아름답다.” 티켓은 1만2000~2만원. 내년 4월 4일까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배움터 B2 디자인 전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