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밀려오는 고해의 파도에 맞서 결연히 싸우다 쓰러질 것인가?"노도(怒濤)처럼 밀려오는 고뇌와 비탄을 간신히 억누른 듯한 대사가 명료하게 객석으로 날아와 꽂혔다. 햄릿 역의 유인촌이 저 유명한 대사를 읊은..
빨간 원통형 에스컬레이터가 도드라지는 건물이 파리의 햇살 아래 반짝였다. 칼더의 모빌 조각을 세운 건물 앞 광장엔 여독 추스르는 관광객이 가득하고, '스트라빈스키 분수'라 이름 붙은 건물 옆 분수엔 조각가 니키 드 상팔과 팅겔리가 만든 형형색색 조각이 생기발랄 움직인다..
"피카소 시대였으면 작가가 '내가 그렸다' 하면 끝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실제로 피카소는 자기 그림이 아닌 걸 알면서도 사인을 해서 친구들이 팔아서 돈 벌게 해준 일이 있었고 카미유 클로델은 무명작가들이 '나 돈 필요해' 하면 자기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
"그건 천연 우라늄-238일 때의 계산이었어. 나와 필러가 핵분열은 우라늄-235에서만 일어난다는 걸 증명하지 않았나?" "사실 그 계산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산란 단면적은 6×10²⁴㎠이고 평균 자유 행로는…."이런 대사가 등장하는 연극이 다음 주 개막한다...
지난 1일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각) 로마의 대표적 명소 콜로세움 무대에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가 올랐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 관현악단과 함께였다. 석양에 물든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시작된 공연은 테너 파비오 사르토리와 소프라노 페데리카 ..
"작품 좋지예?" "무대도 심플하고… 조명도 아주 좋더라." "앙상블(뮤지컬에서 여러 조연을 돌아가며 맡는 배우)이 참 잘하데예."지난 28일 저녁 대구 오페라하우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의 중간 휴식 시간에 로비로 나온 50~60대 남성..
"어제 국립묘지와 전쟁기념관을 방문했어요. 내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찼어요. 베토벤이 '월광' 소나타 1악장을 작곡할 때 세상의 모든 슬픔을 이 한 곡에 담았다고 합니다. 자유를 위해 총 들고 싸웠지만 먼저 저세상으로 가서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할 수..
해마다 여름이면 유럽의 밤은 한국에서 날아든 성악가들의 숨결로 두근댄다.올해 62번째를 맞은 이탈리아의 푸치니 페스티벌, 바그너 애호가들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과 알프스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 등..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대진(54)을 제자 김선욱은 ‘악마 쌤’이라 불렀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샛별 문지영은 엄한 스승이 무서워 먼저 말 걸어본 기억이 아득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명성은 일본·중국을 거쳐 유럽에까지 퍼졌다. 그에게서 피아노 교습(敎習)을 받으려는 외국..
육사 출신 외교관 아버지와 외국에서 자란 아들의 대화는 늘 평행선이었다. 대화하자 해놓고 일장 연설만 하는 아버지를 아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화를 포기하고 묵묵히 듣기만 했다. "너는 외교관의 아들이고, 나는 농군의 자식이다.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