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14 03:00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獨슈타츠카펠레 최연소 첼로 수석
다음 달엔 조진주·김혜진과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3중주 연주
서울에 폭우가 쏟아지던 날,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8)는 인사동 뒷골목 전통찻집에서 팥고물이 든 떡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떡은 다 먹어봤다"며 그가 말했다. "저 보고 '아줌마 입맛'이래요. 막걸리 든 술떡을 특히 좋아하는데 집에 있는 것 같은 맛이 나서요. 독일에서 한국 교회에 가면 느낄 수 있었던 고향의 맛." 까만 눈을 들어 싱긋 웃는데, 마네의 그림 '피리 부는 소년'이 묘하게 겹쳐 지나갔다.
오르간 연주자였던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엔더스가 2008년 갓 스무 살 나이로 독일 최고(最古) 오케스트라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최연소 첼로 수석으로 뽑혀 들어갔을 때, 그의 앞날엔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다. 철없는 착각이었다. 3년 8개월간 고군분투했지만 그의 나이보다 더 오래 교향악단에서 활동해온 단원들을 통솔하려면 경험과 연륜이 더 쌓여야 했다.
오르간 연주자였던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엔더스가 2008년 갓 스무 살 나이로 독일 최고(最古) 오케스트라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최연소 첼로 수석으로 뽑혀 들어갔을 때, 그의 앞날엔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다. 철없는 착각이었다. 3년 8개월간 고군분투했지만 그의 나이보다 더 오래 교향악단에서 활동해온 단원들을 통솔하려면 경험과 연륜이 더 쌓여야 했다.

그래서 뛰어든 전문 솔리스트의 세계. 지난 한 해에만 엔더스는 빈 무지크페라인, 프라하 루돌피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등 주요 공연장과 이름난 음악축제에 초청받아 연주했고 한국에선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듀오 콘서트를 열어 호평받았다. 현대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를 기획한 작곡가 진은숙은 자신의 첼로 곡을 선보일 때면 꼭 그를 부른다.
하지만 고상하고 우아해 보이는 클래식도 "음악회에 관객이 들고 음반이 팔려야만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임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발에 챌 만큼 많은 연주자 가운데서 저를 드러내려면 관객이든 미디어든 일단 눈에 띄어야 하잖아요. 매력적인 '사연'이 있으면 한결 쉬울 것 같아서 인터뷰할 때마다, 사진 찍을 때마다 고민해요. 가죽 재킷을 입어볼까, 좀 더 드라마틱한 이야깃거리를 꾸며내 볼까…. 그 안에서 제가 솔직해지기란 쉽지 않죠."
1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현지 청년 가이드와 산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그가 저한테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음악가라고 하니 못 알아듣는 눈치였죠. 그는 첼로도, 바흐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지만 매우 행복해 보였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세상에는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너무 많고, 완벽한 베토벤 음악이어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연주자인 제가 진솔하게 연주하면 청중은 본능으로 그걸 알아차린다는 걸."
다음 달 23일 엔더스는 서울에서 동갑내기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피아니스트 김혜진과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삼중주 1·2번을 연주한다. 그에게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자유를 갈망했으나 소비에트 체제의 이념에 갇혀 고통받았던 비운의 인물이다. "한국에선 저를 독일인으로 보지만 독일에 가면 저는 한국 사람으로 비쳐요. 여전히 백인들의 나라이고 이민자도 미국보단 적은 독일에서 저를 이방인으로 보는 게 더 심하죠." 무대에 서면 낯선 시선이 느껴져서 "'나는 한국인일까, 독일인일까' 날마다 자문한다"는 엔더스는 "쇼스타코비치가 원한 건 자신의 생각을 음악으로 맘껏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그 메시지를 한국에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이상 엔더스·조진주·김혜진 트리오=8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02)599-5743
하지만 고상하고 우아해 보이는 클래식도 "음악회에 관객이 들고 음반이 팔려야만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임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발에 챌 만큼 많은 연주자 가운데서 저를 드러내려면 관객이든 미디어든 일단 눈에 띄어야 하잖아요. 매력적인 '사연'이 있으면 한결 쉬울 것 같아서 인터뷰할 때마다, 사진 찍을 때마다 고민해요. 가죽 재킷을 입어볼까, 좀 더 드라마틱한 이야깃거리를 꾸며내 볼까…. 그 안에서 제가 솔직해지기란 쉽지 않죠."
1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현지 청년 가이드와 산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그가 저한테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음악가라고 하니 못 알아듣는 눈치였죠. 그는 첼로도, 바흐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지만 매우 행복해 보였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세상에는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너무 많고, 완벽한 베토벤 음악이어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연주자인 제가 진솔하게 연주하면 청중은 본능으로 그걸 알아차린다는 걸."
다음 달 23일 엔더스는 서울에서 동갑내기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피아니스트 김혜진과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삼중주 1·2번을 연주한다. 그에게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자유를 갈망했으나 소비에트 체제의 이념에 갇혀 고통받았던 비운의 인물이다. "한국에선 저를 독일인으로 보지만 독일에 가면 저는 한국 사람으로 비쳐요. 여전히 백인들의 나라이고 이민자도 미국보단 적은 독일에서 저를 이방인으로 보는 게 더 심하죠." 무대에 서면 낯선 시선이 느껴져서 "'나는 한국인일까, 독일인일까' 날마다 자문한다"는 엔더스는 "쇼스타코비치가 원한 건 자신의 생각을 음악으로 맘껏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그 메시지를 한국에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이상 엔더스·조진주·김혜진 트리오=8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