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13 03:00
이해랑 기념극 '햄릿' 어제 개막출연진 모두 대단한 내공 발휘무대·객석 바뀐 듯한 연출 장관연극서 드문 전원 기립박수 나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밀려오는 고해의 파도에 맞서 결연히 싸우다 쓰러질 것인가?"
노도(怒濤)처럼 밀려오는 고뇌와 비탄을 간신히 억누른 듯한 대사가 명료하게 객석으로 날아와 꽂혔다. 햄릿 역의 유인촌이 저 유명한 대사를 읊은 장면에서 극장 안은 숨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러닝타임 2시간40분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12일 저녁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한국 연극사의 대표적 연출가인 이해랑(1916~1989) 선생 탄생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한 연극 '햄릿'이 개막했다. 출연 배우 9명이 모두 국내 최고의 연극상인 이해랑연극상 역대 수상자로만 구성돼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한 거장(巨匠)을 기리기 위해 이미 대가(大家)로 성장한 많은 후배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다른 분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공연이 끝난 뒤엔 유민영 서울예대 석좌교수의 저서 '한국 연극의 거인 이해랑' 출판기념회를 겸한 리셉션이 열렸다.
공연은 실로 명불허전(名不虛傳). 전직 장관 두 명(손숙·유인촌)이 포함된 출연 배우들은 기대만큼 대단한 내공을 무대에서 발휘했다. 실제 나이보다 20~40년 젊은 역할이 아무도 어색하지 않았다. 유인촌의 연기는 1989년 이해랑 선생의 유작(遺作)에서 햄릿 역을 맡았을 때만큼이나 힘이 넘쳤으며, 끝 부분에서 허무와 달관의 경지를 표현한 연기는 세월이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오필리어 역 윤석화는 연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시련에 빠져 실성하는 청순가련형 젊은 여성을 소름끼치게 연기했다.
거트루드 왕비 역 손숙은 죄책감 속에서도 끝까지 우아함을 지키려다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가 '섹시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연기를 한 것은 무척 오랜만의 일이다. 클로디어스왕 역 정동환은 권력욕과 양심의 가책 사이를 오가는 악역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노대신 폴로니어스 역의 박정자는 말 많고 능글맞은 남성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가장 많은 웃음을 이끌어냈다. 출연자 중 최고령인 레어티즈 역 전무송, 호레이쇼 역 김성녀, 여러 역할을 맡은 손봉숙·한명구의 연기도 뛰어났다. 한 관객은 "연기를 평범하게 하는 배우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좀 숨을 돌리고 볼 텐데, 그렇지 않으니 쉴 새 없이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출 손진책, 무대미술 박동우, 프로듀서 박명성 등 이번 '햄릿'의 스태프 중 세 명도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다. 해오름극장의 원래 무대 위에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풍의 객석을 설치했고, 소품과 의상을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꾸며 오히려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했다. 마지막 장면, 성벽 형상의 뒷면이 열리며 무대와 객석이 뒤바뀌는 듯한 연출은 장관이었다. 관객 600명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국내 연극에서 보기 드문 '커튼콜 전원 기립'이었다. "연극이 가진 힘이 이런 거였구나." 극장을 나오면서 한 관객이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44-1555
노도(怒濤)처럼 밀려오는 고뇌와 비탄을 간신히 억누른 듯한 대사가 명료하게 객석으로 날아와 꽂혔다. 햄릿 역의 유인촌이 저 유명한 대사를 읊은 장면에서 극장 안은 숨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러닝타임 2시간40분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12일 저녁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한국 연극사의 대표적 연출가인 이해랑(1916~1989) 선생 탄생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한 연극 '햄릿'이 개막했다. 출연 배우 9명이 모두 국내 최고의 연극상인 이해랑연극상 역대 수상자로만 구성돼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한 거장(巨匠)을 기리기 위해 이미 대가(大家)로 성장한 많은 후배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다른 분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공연이 끝난 뒤엔 유민영 서울예대 석좌교수의 저서 '한국 연극의 거인 이해랑' 출판기념회를 겸한 리셉션이 열렸다.
공연은 실로 명불허전(名不虛傳). 전직 장관 두 명(손숙·유인촌)이 포함된 출연 배우들은 기대만큼 대단한 내공을 무대에서 발휘했다. 실제 나이보다 20~40년 젊은 역할이 아무도 어색하지 않았다. 유인촌의 연기는 1989년 이해랑 선생의 유작(遺作)에서 햄릿 역을 맡았을 때만큼이나 힘이 넘쳤으며, 끝 부분에서 허무와 달관의 경지를 표현한 연기는 세월이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오필리어 역 윤석화는 연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시련에 빠져 실성하는 청순가련형 젊은 여성을 소름끼치게 연기했다.
거트루드 왕비 역 손숙은 죄책감 속에서도 끝까지 우아함을 지키려다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가 '섹시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연기를 한 것은 무척 오랜만의 일이다. 클로디어스왕 역 정동환은 권력욕과 양심의 가책 사이를 오가는 악역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노대신 폴로니어스 역의 박정자는 말 많고 능글맞은 남성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가장 많은 웃음을 이끌어냈다. 출연자 중 최고령인 레어티즈 역 전무송, 호레이쇼 역 김성녀, 여러 역할을 맡은 손봉숙·한명구의 연기도 뛰어났다. 한 관객은 "연기를 평범하게 하는 배우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좀 숨을 돌리고 볼 텐데, 그렇지 않으니 쉴 새 없이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출 손진책, 무대미술 박동우, 프로듀서 박명성 등 이번 '햄릿'의 스태프 중 세 명도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다. 해오름극장의 원래 무대 위에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풍의 객석을 설치했고, 소품과 의상을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꾸며 오히려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했다. 마지막 장면, 성벽 형상의 뒷면이 열리며 무대와 객석이 뒤바뀌는 듯한 연출은 장관이었다. 관객 600명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국내 연극에서 보기 드문 '커튼콜 전원 기립'이었다. "연극이 가진 힘이 이런 거였구나." 극장을 나오면서 한 관객이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