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서울관 논의 위해 올 가을 방한"

  • 파리=김미리 기자

입력 : 2016.07.12 00:59

[佛 퐁피두 회장 세르주 라스비뉴]

"미술관 넘어선 복합문화센터, 관광객만 많은 루브르와 달리 파리 시민 위한 프로그램 강화
매장 만들듯 분관 지을 순 없어… 한 발짝씩 신중히 나가는 중"

빨간 원통형 에스컬레이터가 도드라지는 건물이 파리의 햇살 아래 반짝였다. 칼더의 모빌 조각을 세운 건물 앞 광장엔 여독 추스르는 관광객이 가득하고, '스트라빈스키 분수'라 이름 붙은 건물 옆 분수엔 조각가 니키 드 상팔과 팅겔리가 만든 형형색색 조각이 생기발랄 움직인다. 몽마르트르가 파리의 향수(鄕愁)를 대변한다면, 파리의 오늘은 이곳에 있다. 1977년 지어져 40년 가까이 세계 현대 예술을 이끈 중심, 파리 퐁피두 센터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300만~350만명이 오지요. 세계 최고 관광 도시 파리에서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다음으로 관람객이 많이 찾지만, 저렇게 건물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사람도 많아요. 저 사람들이 센터 안으로 들어와 프로그램을 즐기게 하는 게 우리 목표랍니다."

세르주 라스비뉴 퐁피두센터 회장
“저기 광장에 앉아 건물만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어요.” 세르주 라스비뉴 퐁피두센터 회장이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옆 건물 6층에 있는 집무실 테라스에서 웃으며 말했다. /김미리 기자
까만 테 안경을 쓴 세르주 라스비뉴(62) 퐁피두 회장이 6층 집무실 테라스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파리 퐁피두센터, 메츠 퐁피두센터, 스페인 말라가 퐁피두센터 분관 등 '퐁피두' 이름이 붙은 예술 기관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총리 비서실장 겸 정부 대변인으로 일하다 지난해 4월 회장직에 임명됐다. 미술관 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그의 지명은 프랑스에서도 화제였다. 프랑스의 문화 정책이 내국인보다는 관광객에게 치우쳤다는 지적에 따라 올랑드 정부에서 내국인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를 위해 그를 회장직에 올렸다는 해석이 따랐다.

"루브르는 관광객만 득실대지만, 퐁피두는 다릅니다. 파리 사람들이 한 달에 몇 번씩 찾는 곳이거든요. 국립 현대미술관, 칸딘스키 도서관, 공공정보도서관, 산업디자인창작센터(CCI), 음악·음향연구소(IRCAM), 어린이 체험관 등이 들어 있는 복합 문화센터입니다. 관광객도 중요하지만 파리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중요합니다." 이런 요구를 담아 내년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비엔날레 '코스모폴리스(Cosmopolis)'를 시작한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젊은 작가를 초청해 1년 동안 파리에 머물게 하고,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다음 만든 작품을 전시한다. 그는 "프랑스인들에게 해외 미술을 소개해온 전통을 잇는 것"이라고 했다.

퐁피두 내 국립 현대미술관은 20세기 이후 현대미술 작품 12만여 점을 소장한 유럽 최대 현대미술관이다. 그는 "MoMA(뉴욕 현대미술관)와 규모는 비슷하지만 MoMA는 그냥 미술관(only a museum)인 반면 우리는 미술관 이상(more than a museum)을 지향한다"며 "퐁피두는 세계 문화의 집(house)"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문화계 핫 이슈인 퐁피두 서울 분관(分館) 개설을 총책임진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본지 보도 이후 퐁피두는 서울관 설립에 대한 공식 의견 표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지만 서울에 퐁피두 분관이 들어서길 희망한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이번 가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퐁피두 홍보 담당자는 "퐁피두는 다른 박물관처럼 매장 만들듯 뚝딱 분관을 짓지는 않는다"며 "한 발짝 한 발짝 신중히 나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