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를 만나고서야 난 작가가 됐죠"

입력 : 2011.05.16 03:01

제1회 아시아프 출신 전채강, 재난 이미지 작품화해 주목받아 "작품성·시장성 함께 가늠할 기회로 아시아프를 적극 활용해 보세요"

2008년 여름 이화여대 미대 졸업반 학생이 '제1회 아시아프'에 '오늘의 사건 사고'라는 제목의 그림 두 점을 출품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1·2차 세계대전 때의 사진과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건 때의 사진 등을 합성한 재난 이미지를 가로 1m36cm, 세로 1m63cm의 대형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낸 작품과 연쇄살인범 유영철 검거 때 사진과 조류독감 창궐 때의 방역 모습, 어딘가의 화재 장면 등을 합성해 가로 1m10cm, 세로 1m63cm의 화면에 담은 작품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림을 팔아본 거였어요. 그땐 솔직히 좀 아까웠어요. 그림이란 게 그래요. 심혈을 기울여 작업했는데 안 팔리고 쌓여 있어도 가슴 아프고 팔려서 남의 손에 넘어가도 가슴 아프고….(웃음)"

아시아프에 참여했던 대학생은 이제 어엿한 작가가 되어 있었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작업실에서 만난 서양화가 전채강(26)은 3년 전에 참여한 "1회 아시아프가 제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안겨줬다"고 했다. 전씨는 아시아프가 배출한 '잘나가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2009년과 2010년 연달아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전에도 10회 이상 참가했다.

2008 아시아프 참여작가 전채강은“‘과연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반신반의하며 아시아프에 참여했는데 정말‘작가’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2008 아시아프 참여작가 전채강은“‘과연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반신반의하며 아시아프에 참여했는데 정말‘작가’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전씨가 참여했던 2008년 제1회 아시아프의 최종 출품작가(777명) 경쟁률은 평균 3대 1. 그가 출품한 그림은 대작(大作)인 데다가 어두운 내용이었음에도 모두 팔렸다. 당시 출품작 2300점 중 판매된 것은 1100여점이다. 아시아프 참여는 다른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전채강은 2009년 3월 서울 동숭동 갤러리 정미소에서 실시하는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돼 개인전을 가졌고 2010년 6월엔 갤러리현대의 젊은 작가들을 위한 공간 '16번지'에서 개인전 'New Generation'을 열었다.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현대측은 "전채강은 젊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시아프 때부터 눈여겨봐 왔다"고 밝혔다.

전채강은 인터넷을 검색해 그림의 소재가 될 만한 이미지를 찾고 그 이미지를 합성해 화폭에 옮겨놓는 작업을 한다. '아시아프'에서 재난 이미지로 주목받은 후 전채강은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방, 풀밭 위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 거대한 광장 뒤의 고층 빌딩 등으로 소재를 넓혀갔다. 현재는 중국 황허(黃河)댐 준설 프로젝트와 4대강 사업 등을 주제로 작업 중이다. 미술평론가 강수미는 전채강의 작품을 "정처 없이 온라인을 떠도는 무수한 단편 정보들, 한시적인 담론들, 중요하지만 소홀히 취급받는 여론을 재배열하고 그림이라는 객관적 형태로 정착시켜가는 일"이라고 평했다.

전채강은 "아시아프 참여 덕에 국내외 또래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자극이 됐다. 아시아프는 미술 관계자들과 교류할 기회도 줬고 '전시회'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는 것인지도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전시 참여에만 급급해 '아트페어'가 뭔지 잘 몰랐다. 이번에 응모하는 친구들은 작품의 작품성과 시장성을 함께 가늠할 기회로 아시아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일 2008년 아사아프 참여작가 전채강씨가 아시아프 참여 이후 작가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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