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노트 1장] ‘Waypoint’·’Untitled’·’Los Girasoles’

  • 김현 기자

입력 : 2025.07.09 17:06

‘2025 대학미술제: 캔버스 리그’
ACS와 졸업작품 아카이빙 플랫폼 PoA 공동 주최
29일부터 서울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블라인드 전시
전시 관람객 블라인드 투표
득표 상위 3인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ACF 참가 혜택

'2025 대학미술제' 전시 포스터. /아트조선
 
‘2025 대학미술제’는 2024년 졸업 작품을 제출한 대한민국 예술대학 학생들의 작업을 재조명하고, 학업을 마침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에 선 청년 작가들에게 전업 작가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자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는 ART CHOSUN과 TV CHOSUN이 공동 주최하고, 졸업 작품 아카이빙 플랫폼 PoA와 ACS(아트조선스페이스)가 공동 기획했다. ‘2025 대학미술제’에는 51개 대학 출신 졸업생 수백 명이 지원했으며, 이중 내부 심사와 외부 전문가 평가, 대중 투표를 거쳐 21명이 최종 선발됐다. 선발 작가는 7월 29일부터 서울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전시를 갖고, 방문객 투표를 통해 득표 상위 3인에게는 오는 10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리는 전시형 아트페어 ACF(아트조선포커스)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매체는 7회에 걸쳐 매체·주제·표현양식 등의 기준으로 작가 3인을 묶어 연재한다. 블라인드로 진행되는 전시 특성상 작가 이름과 이력을 공개하지 않는다.
 
Waypoint, 2024, color on Jangji paper, 260.6×193.9cm. /작가 제공
 
첫 번째 작품 ‘Waypoint’는 현실과 도피처 사이 중간 지점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삶의 흐름 속에서 잠시 머무는 이 장소에 대해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유영한다”라고 말한다. 단순한 도피가 아닌, ‘이곳도 저곳도 아닌 중간의 상태’를 표현하며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배치한다.
 
종을 특정할 수 없도록 미니멀하게 표현된 화면 속 새들은 검은 암벽의 흰 구멍에서 나와 청백색 빙하의 검은 구멍으로 들어가는데, 마치 웜홀처럼 다른 차원의 세계로부터 날아온 이질적인 존재가 다시 다른 차원으로 모습을 숨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 제목 ‘Waypoint’는 ‘미니맵에 특정 장소로의 경로를 표기하는 기능’을 말하는 게임 용어로도 쓰인다. 작가는 SF적 상상력과 문학, 영화에서 영향을 받아 인간 내면의 숨은 자유의 열망을 탐구한다.
 
Untitled, 2024, gesso on canvas, 193.9×130.3cm. /작가 제공
 
두 번째 작품 ‘Untitled’는 감각의 잔상에서 출발했다. 과거의 감각을 화면 위에 남기며, 그 순간의 부드러움과 미세한 떨림을 탐구했다. 서사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형상 이전의 상태를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캔버스 위에 깊이를 남긴다.
 
캔버스 위쪽 모서리에는 그림자처럼 약간의 깊이감이 형성돼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평면의 회화로 남기보다는, 일종의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순해 보이는 화면 배치 속에서도 어딘가 깊게 빠져드는, 그리기보다는 만드는 행위에 가까운 작가의 작업관이 돋보인다. 작가는 “작품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내부에는 낯선 중력이 감지된다. 관람자는 보편적인 중력 축에서 어긋나 알 수 없는 밀도로 당겨진다”라고 설명했다.
 
Los Girasoles, 2024, oil on canvas, 212.2×130.3cm. /작가 제공
 
세 번째 작품 ‘Los Girasoles’는 작가가 스페인에서 맞이한 무더운 여름날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보통 태양은 삶과 에너지를 상징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곳에서 “갈수록 태양에 의해 타들어가는 해바라기들이 무덤으로 변해가는 광경을” 봤다. 태양이 가득한 곳에서 역설적으로 죽음이 탄생한 것이다.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기억을 작품으로 변환하기로 하는데, 그 방식으로 르네상스 종교화와 고전화의 프레임을 차용한다. 르네상스 고전화는 신과 인간, 탄생과 죽음에 대한 모티프가 주를 이룬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기억 속 풍경을 현재로 전환하기 위해 르네상스의 모티프를 빌려온다. 또한 의인화된 태양과 해바라기는 더욱 고전적인 정서를 심화시켜 지옥 속에서 신을 향한 기도를 올리는 고전 신화 속 모습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감각적으로 잇는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