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댄서 문근영, 미끼였다…변신 실패

입력 : 2010.08.17 13:45
연극 '클로져'
연극 '클로져'
탤런트 문근영(23)의 스트립댄서 변신은 실패다. 할리우드 배우 내털리 포트만(29)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문근영은 연극 ‘클로져’에 동명영화 중 포트만의 배역인 ‘앨리스’로 데뷔했다. 관능적이면서도 순순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네 명의 매력적인 남녀를 통해 사랑과 관계, 소통을 조명하는 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국민여동생’으로 통하는 문근영이 18세 이상 관람가 연극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캐스팅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문근영이 심한 욕설과 외설적인 농담, 과감한 키스, 흡연 등을 거리낌 없이 한다는, 아니 해야 한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매혹적인 부분으로 손꼽히는 포트만이 전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봉춤을 추는 장면을 문근영이 어떻게 소화해낼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봉춤은 추지 않았지만, 문근영이 재현해낸 그 장면은 충분히 선정적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슬아슬한 비키니 차림으로 살랑살랑 엉덩이를 움직이는 골반춤이 보기다. 문근영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스트립댄서는 앨리스도, 포트만도 아닌 문근영이었다. 극의 캐릭터가 아니라 그저 문근영이었을 뿐이다. 욕을 하고 야한 농담을 내뱉고 키스를 하고 담배를 피워도 문근영은 문근영이었다. 앨리스로 변신하지 못했다. 변신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했을지도 모른다. 앨리스를 자기 식으로 체화해낸 것이다. 무엇을 해도 똘망똘망하고 순수해 보이는 특유의 이미지를 버리지 않거나 못했다.

문근영의 앨리스가 포트만의 앨리스보다 고혹적이거나 요염하지는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문근영의 앨리스는 포트만의 앨리스보다 투명하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문근영의 앨리스는 위태롭다. 깨질 것 같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아픔이 뭉텅 쏟아져 나올 듯 싶다. 과거의 상처에 얽매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앨리스의 불안감이 군데군데 애처롭게 매달려 있다. 자업자득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순수한 이미지의 반대급부다. 전작인 KBS 2TV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중 문근영의 배역 ‘은조’도 겉으로 드러나는 못된 성격과 달리 내면은 언제나 쉽게 무너질 듯 아슬아슬했다.

문근영은 무대에 오르기 전 “변신이 아닌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봐줬으면 좋겠다”는 전제를 깔았다. “내가 엄청난 노력을 해도 (국민여동생 이미지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여겼다. “그 이미지는 오랫동안 쌓인 것이라 내가 화끈하게 한 번 연기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봤다. “평생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부분 같다”고 했다. 현명했다. 이 작품 하나로 변신 따위는 애당초 시도하지 않은 셈이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유용하게 도드라질 캐릭터였을 따름이다.

문근영의 매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짐작보다 넓다고 느낀 것이 앨리스를 통한 수확일 수 있겠다. 순수함과 바름의 매력이 어떤 캐릭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얼마나 요동칠 수 있는지 확인한 현장이다.

단, 발성과 연기 톤이 아직까지 연극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신경이 쓰인다. 드라마나 스크린의 연기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인상이 짙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다. 무대에 썩 어울릴 만한 연기력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밀도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발음은 또박또박했지만 연극의 문어체적 발음은 아니었다.

작품에는 문근영 말고도 매혹적인 요소가 많다. 시시각각 변하는 남녀의 심리를 세련되게 담아낸다. 특히, 남성들의 짐승 같은 심리를 까발리는 것이 찔리면서도 통쾌하다. 최소 장치만으로 표현된 무대 배경은 모던함을 더한다.

10월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탤런트 겸 뮤지컬배우 엄기준(34)이 영화 중 주드 로(38)의 배역인 부고 전문기자 ‘댄’으로 캐스팅돼 문근영 호흡을 맞춘다. 연극배우 겸 탤런트 신다은(25)이 또 다른 앨리스다. 진경, 최광일, 배성우 등 실력파 연극배우들도 힘을 보탠다.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가 연출자다.

내년 4월까지 펼쳐지는 대학로 연극축제 ‘무대가 좋다’의 두 번째 작품이다. 4만5000~6만원. 악어컴퍼니 02-764-8760

스트립댄서가 아닌 문근영 자체를 감상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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