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의 백스테이지] '연극배우' 문근영을 보는 몇가지 시선

  • 스포츠조선 김형중 기자

입력 : 2010.08.31 17:56

요즘 대학로에서 화제의 배우는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다.

TV와 스크린에서 예쁘고 깜찍한, 때로는 신들린 연기로 사랑받았던 문근영이 연극 '클로져'(연출 조행덕)무대에 서고 있다. 문근영 출연분은 티켓 발매와 동시에 일찌감치 매진됐다.

그녀가 맡은 '앨리스'는 할리우드 영화(2004년)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소화했던 역할이다. 직업이 밤무대 댄서라 봉을 잡고 농염한 춤도 추고 거친 대사도 내뱉는다. 이런 까닭에 무대 연기력 검증 보다 국민여동생이 '성인연기'를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문근영의 출연은 공연가에 일상화된 스타캐스팅의 하나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연극-뮤지컬계 제작자들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에 손을 내밀고, 이미지 변신이나 새로운 활로 개척을 꿈꾸는 연예인들은 때로는 자기 발로 무대 위에 오르기도 한다.

스타캐스팅은 끝없이 논란을 일으켜왔다. 무엇보다 묵묵히 무대를 지켜온 순수 연극인 또는 뮤지컬인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인기 연예인들은 일회용 이벤트로 무대에 뛰어들고는 휙 가버린다. 평생 연극(뮤지컬)만 해온 우리로서는 자괴감이 든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여기다 상대적으로 높은 개런티가 얹혀지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문근영이 의식했든, 하지 않았든 그녀 역시 이런 부담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근영의 첫 무대연기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다. 공연을 보니 왜그런지 알 것 같았다.

호감의 이유는, 솔직히 문근영이 명연기를 펼쳐서는 아니다. 첫 무대연기라 역시 발성 부족이 눈에 띄었다. 방송 또는 영화에서 온 연기자들이 으레 겪는 현상이다. 또 워낙 예쁜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나이에 비해 깊고 복합적인 상처를 지닌 앨리스라는 캐릭터와 초반에는 잘 중첩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리하게 캐릭터에 자신을 끼워맞추기 보다는 문근영만의 앨리스를 창조해가며 극에 스며들었다.

 

지난 6월 열린 미국 토니상 시상식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잔치였다. 캐서린 제타 존스는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덴젤 워싱턴은 연극 부문 남자 주연상, 섹시스타 스칼렛 요한슨은 연극 부문 여우 조연상을 각각 받아 '아카데미 시상식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연극-뮤지컬계, 또는 팬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교수(순천향대)는 "할리우드 대스타라도 연극이나 뮤지컬을 할 경우 대개 작품에 올인한다"며 "무대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일 정도면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국내에서 스타캐스팅이 문제가 된 것은 바로 '무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서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 등에 출연하면서 연극, 뮤지컬을 병행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상식선에서 통용되는' 더블 캐스팅을 넘어 3인, 4인 캐스팅까지 남발되고 있다.

문근영은 6월말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끝낸 뒤 '클로져' 연습에 매달렸다. 아울러 다른 활동을 자제하고 오로지 연극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자세가 관객의 박수로 이심전심되는 것이다.

스타캐스팅은 크로스오버, 또는 퓨전화가 대세인 요즘 세상에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스타캐스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국내 유수의 연극상에서도 문근영 같은 톱스타들이 트로피를 받는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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