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옥주현 "단독 캐스팅 처음인데 잘견디고 있어요"

입력 : 2010.01.27 10:43

4년째 록시 연기…이제 무대서 시야 넓어지는 것 같아

'천의 얼굴' "난 내 이름이 신문에 나는 게 소원이었죠. '록시 시카고를 강타하다.' 자 읽어 보세요." 연습실의 옥주현은 영락없는 록시 하트다. 록시의 다양한 감정 변화가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되살아난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천의 얼굴' "난 내 이름이 신문에 나는 게 소원이었죠. '록시 시카고를 강타하다.' 자 읽어 보세요." 연습실의 옥주현은 영락없는 록시 하트다. 록시의 다양한 감정 변화가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되살아난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올해 '시카고' 무대는 옥주현에게 각별하다.

온전히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옥주현과 주인공 록시 하트의 첫만남은 2007년이었다. 2007~2008년 공연엔 배해선과 더블 캐스팅됐고, 2009년엔 옥주현과 배해선 고명석 이렇게 세 배우가 록시를 번갈아 했다. 혼자, 그것도 매일, 주말이면 하루에 두번씩 록시 하트로 분장해 춤추고 노래하며 관객들과 만나는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지난해엔 '브로드웨이 42번가' 준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트리플(세 배우가 함께 공연 하는 것)로 했어요. 처음 혼자 하는 거라 시작 전부터 겁이 많이 났어요. 과연 체력적으로 내가 이걸 다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체력을 조절할 수 있을까. 다행히 그 두려움을 아직은 잘 이기고 있는 것 같아요."

▶ 록시보다 더 록시스러운

"오늘 여러분은 살인과 탐욕, 부패, 폭력, 사기, 간통, 그리고 배신이 가득 담긴 얘기를 감상하시게 될 겁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죠."

1막 1장, '시카고'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안내다. '시카고'는 1975년 뉴욕에서 초연된 뮤지컬이다. 한국 초연은 2000년. 2003년엔 캐서린 제타 존스와 르네 젤 위거, 리처드 기어가 출연한 영화가 전세계적 흥행에 성공했다.

옥주현은 4년째 록시를 연기하며 배우로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게 많아졌죠. 예전엔 제 것만 하기 바빴는데 이제 무대 위의 다른 배우들에게서 많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배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죠."

록시는 배시시 웃는 얼굴 뒤에 표독스러움을 간직한 여자다. 고양이처럼 앙큼하고 술집 잡부처럼 음탕하다. 살인 앞에 천연덕스럽고, 죽음의 공포 앞에 부들부들 떤다.

"한동안 가장 큰 숙제가 록시의 독백이었어요. 이걸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나, 배우인 제가 봐도 너무 민망한 대사들인데. 하면 할수록 점점 그런 고민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천연덕스럽게."

물론 많이 했다고 무대 공포증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관객들의 시선과 조명이 집중될 때면 늘 어지러움증을 느낀다. "사람들은 제가 안 떨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이 긴장하고 있어요. 겉으로 안 그런척 애쓰고 있을 뿐이죠."

▶가수보다 더 뮤지컬 배우다운

옥주현은 요즘 요가를 못한다. 어깨 부상 때문이다. '여걸파이브'(KBS2)에 출연할 때 베개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팔을 휘두르다 삐끗한 게 치료 시기를 놓쳤다.

"큰 부상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래 가더라고요. 여러차례 치료를 받았어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요. '시카고'에서 사다리 타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마다 통증이 있어요."

한 포털 사이트의 프로필 란에 옥주현은 키 1m73, 몸무게 54㎏으로 소개된다. "저도 그거 봤거든요. 누구한테 말해야 고쳐주는 거죠?(웃음) 사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시카고' 의상을 줄였어요. 작년에 '브로드웨이 42번가' 하면서 살이 많이 빠져서 그대로 유지가 되니까 옷이 너무 큰 거예요. 맨날 봐서 몰랐는데 옷을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2010년 그녀의 계획은 이렇다. 올 봄 콘서트를 열고, 새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 12월엔 5년만에 재공연하는 뮤지컬 '아이다'에 도전할 생각이다. 주변에서 결혼 얘기도 많이 물어보지만, 아직은 아니다.

"20대 때 인터뷰를 하면 '서른 안에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고 여자로서 성숙해지니까 결혼을 해야겠구나라고 먼 거리감을 갖고 상상했어요. 막상 서른이 됐더니 달라지는 건 없고 여전히 저는 철이 없고, 준비도 안됐고, 아직도 부모님이랑 함께 살고 얼마 전까지는 어머니랑 같이 잤어요. 어쨌든 이러다 선배들이 다들 서른 넘기고 마흔에 가까워서 결혼을 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뮤지컬 배우라는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룬 옥주현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아주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뮤지컬 음악감독을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시카고'는 성남아트센터에서 다음달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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