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은 못해, 끝없는 변화가 내 성격” 신상호 회고전 ‘무한변주’

  • 김현 기자

입력 : 2025.11.27 16:43

한국 현대 도예의 선구자 신상호 회고전
도자 90여 점과 아카이브 70여 점
2026년 3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 2 전시실 및 중앙홀

‘무한변주’ 전시 전경. /아트조선
아프리카의 꿈-우리는 아프리카, 2010, 혼합토, 210×110×82cm. /국립현대미술관
 
흙이 이토록 유연했던가. 보통 흙이란 지난한 소성과정을 거쳐 단순하지만 단단하고도 깊은 미학이 슬며시 우러나오는 재료다. 이러한 특성 탓에 도자 작품에 균형미, 단아한 아름다움과 같은 수식어가 붙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그러나 도예가 신상호의 회고전 ‘무한변주’에서는 이 같은 고정관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신상호는 “한 가지를 평생하는 사람이 있는데 난 성격이 그러지 못한다. 항상 반항하고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라고 밝혔다.
 
신상호는 그야말로 흙으로 할 수 있는 건 다한다. 평면에 흙 조각을 붙여 추상화를 표현하거나, 이국에서 구한 골동품에 흙덩이를 붙이고, 군용 미사일 보관함에 형형색색의 흙기둥을 세워놓기도 한다. 심지어는 흙 구조물을 얼마나 뾰족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한 작품도 있다.
 
‘무한변주’ 전시 전경. /아트조선
‘무한변주’ 전시 전경. /아트조선
‘무한변주’ 전시 전경. /아트조선
 
신상호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사회와 미술의 변화에 호응하며 흙을 매체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다양한 도자 형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탁월한 기술력으로 한국 현대 도예를 이끌어 온 대표 작가다. 1960년대 경기도 이천에서 장작가마를 운영하며 전통 도예의 길에 들어선 작가는, 이후 시대의 변화와 내면의 예술적 탐구심에 따라 도자의 경계를 확장하며 흙의 세계를 다채롭게 펼쳐왔다.
 
전시 제목 ‘무한변주’는 한국 도자의 전통적인 형식과 의미를 해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질서를 세워온 작가의 끊임없는 여정을 상징한다. 신상호는 산업 고도화 시대 민족적 가치가 강조되던 시기, 전통 도자를 제작하며 장인이자 산업 역군으로의 정체성을 모색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국제화의 물결 속에서 도예의 전통적 규범을 과감히 넘어서며 ‘도자 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2020년대에 이르러서는 오랜 시간 탐구해 온 흙을 전복적으로 사유하며 ‘도자 회화’를 선보였다.
 
‘무한변주’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무한변주’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무한변주’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 2 전시실 및 중앙홀에서 2026년 3월 29일까지 열린다. 총 5부로 구성되며 60여 년간 흙의 여정이 담긴 도자 90여 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이 전시된다. 1부 ‘흙, 물질에서 서사로’에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신상호의 전통 도자 세계를 조명한다. 2부 ‘도조의 시대’에서는 1986년부터 선보인 신상호의 도자 조각을 선보인다. 3부 ‘불의 회화’에서는 2001년 이후 선보인 신상호의 건축 도자 실험성을 600여 장의 도자 타일과 건축 아카이브를 통해 조명한다. 4부 ‘사물과의 대화’에서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타문화의 골동품 수집과 이를 통한 창작활동을 소개한다. 5부 ‘흙의 끝, 흙의 시작’에서는 흙판을 금속 패널에 부착하고 다채로운 색을 입히는 도자 회화를 조명한다.
 
‘무한변주’ 전시 전경. /아트조선
 
이번 전시에 대해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 도예의 역사를 이끌어 간 신상호 작가의 전작을 다룬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역대 최대 규모 도자 작가 개인전”이라며 “신상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통해 흙이라는 물질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한국 현대 도예에 대한 시각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