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전 벽화... 인류 최초의 예술 행위로부터 '최울가'

  • 김현 기자

입력 : 2025.12.05 16:03

회화와 입체 작품 29점
최울가 개인전 ‘Black & White & Toy Series’
24일까지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1층

‘Black & White & Toy Series’ 전시 전경. /서울옥션
 
인류 최초의 예술 행위인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원시적인 색채와 리드미컬한 형태를 화폭에 담아온 작가 최울가의 개인전 ‘Black & White & Toy Series’가 24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1층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온 작가의 작업 중 29점이 엄선돼 출품되며 특히 작가가 천착해 온 ‘놀이’로서의 예술 행위와 인간 근원에 닿아 있는 순수한 정서를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Black & White & Toy Series’ 전시 전경. /서울옥션
 
작가는 주로 선묘를 통해 이미지를 표현한다. 형식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우며, 현대의 이미지를 생산하는 기술적 집착을 떨쳐버리는 대신 인간의 근원에 가까이 접근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검은색과 흰색은 우주와 빛의 근원에 가장 가까운 색이라는 점에서 사용된다. 이 위에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원색 선묘를 활용한 여러 요소가 헝클어지고 혼잡스럽게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동굴 벽화의 무질서한 성격과 유사하다. 이렇듯 최울가는 아무런 규칙없이 자유롭게 작품 요소를 배치함으로써 어떠한 위계나 질서도 존재하지 않는 문명 이전의 순수한 정서를 촉발하고 있다.
 
2024 Fox-Yellow [Wounds heal] 124 x 20 x 71cm mixed a painting on FRP. /서울옥션
 
작가는 원근법을 무시한 평면적인 형상,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이미지, 그리고 암호와 같은 기호의 무질서한 배치를 통해 어떠한 위계나 질서도 존재하지 않는 문명 이전의 순수한 정서와 욕망을 표현한다.
 
주요 출품작인 ‘Brooklyn Toy-2 series [B.Toy 002]’는 최울가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화면 속에는 어항, 강아지, 술병, 꽃 등 작가가 어린 시절 주변에서 쉽게 접했던 소재들이 다수 등장한다. 아이가 낙서하듯 작업한 이 작품은 문명 이전의 순수한 정서로 관람자를 초대한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형물과 미디어 믹스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조각 작품인 ‘Fox - Yellow [Wounds Heal]’에 등장하는 여우는 지혜롭게 타협하는 예술가형 인간이자, 끊임없이 망설이고 번뇌하는 인간상을 대변한다. 작가는 조형물 속에 시계를 넣어 현실보다 이상적인 감수성을 지닌 인간을 묘사했다.
 
‘Black & White & Toy Series’ 전시 전경. /아트조선
‘Black & White & Toy Series’ 전시 전경. /아트조선
작품 디테일 컷. /아트조선
 
또 다른 작품 <beetle series [Primitive smallobjet 1021]>에서는 에폭시를 녹여 만든 수제 스티커를 붙이거나 종이 콜라주를 하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즐겁게 작업하는 작가의 ‘놀이’ 개념이 잘 드러난다. 최울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즐거운 놀이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이는 언어와 문명이 없던 원시시대의 벽화가 지닌 순수함을 어린아이의 동심과 연결한 것이다. 정형화된 패턴이 없는 그의 작품은 관람객 각자에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Black & White & Toy Series’ 전시 전경. /아트조선
 
서울옥션 관계자는 “최울가의 작품은 색상부터 소재, 배치까지 정해진 규칙 없이 자유롭게 구성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환기하게 한다”며 “이번 전시가 동굴 벽화와 같은 원초적 에너지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최울가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