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04 03:04
지킬은 넷, 안중근은 셋?… "브로드웨이에선 상상도 못할 일"
스타 마케팅 고려한 '복수 캐스팅' 대세 속에 과감히 한 배우로 '모험'
"배역에 더 빨리 빠져들어"
대극장 뮤지컬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원 캐스트(one cast·배우 한 명이 한 배역을 도맡는 것)가 부활한다. 오는 12월 14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아이다'에서다. 아이다 역(役)의 옥주현, 암네리스 정선아, 라다메스 김우형이 내년 3월까지 120회(총 21만석) 공연을 100% 책임진다. 요즘 뮤지컬의 트렌드를 거스르는 역행(逆行)이다. 2000년대 들어 뮤지컬은 더블(2명), 트리플(3명)은 보통이고 때론 쿼드러플(4명) 캐스팅까지 하며 한 배역을 여럿이 나눠 맡는 게 공식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뮤지컬 스타 조승우의 제대 후 복귀작인 '지킬 앤 하이드'(30일부터 서울 샤롯데씨어터)도 주인공 지킬이 넷(조승우·류정한·홍광호·김준현)이다. 12월 15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하는 '삼총사' 또한 달타냥이 넷(엄기준·김무열·규현·제이)이고,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 역시 여주인공 페기 소여가 셋(최성희·방진의·정명은)이다. 창작 뮤지컬도 사정은 비슷하다. '빨래'의 솔롱고, '서편제'의 송화, '영웅'의 안중근은 세 명의 배우가 번갈아 맡고 있다.
뮤지컬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는 이런 복수 캐스팅이 없다. '빌리 엘리어트'처럼 주인공인 10대 소년(빌리)이 변성기를 겪거나 키가 자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경우만 예외다. 이수진 공연칼럼니스트는 "배역에 대해 연출가가 규정한 이미지를 오차 없이 전달해야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주역이 무대에 설 수 없을 경우 투입되는 언더스터디(understudy)를 둘 뿐,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을 하진 않는다"면서 "여럿이 한 배역을 맡는다는 것은 연출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자해 행위"라고 말했다.
뮤지컬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는 이런 복수 캐스팅이 없다. '빌리 엘리어트'처럼 주인공인 10대 소년(빌리)이 변성기를 겪거나 키가 자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경우만 예외다. 이수진 공연칼럼니스트는 "배역에 대해 연출가가 규정한 이미지를 오차 없이 전달해야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주역이 무대에 설 수 없을 경우 투입되는 언더스터디(understudy)를 둘 뿐,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을 하진 않는다"면서 "여럿이 한 배역을 맡는다는 것은 연출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자해 행위"라고 말했다.

현재의 복수 캐스팅 구조는 스타를 끼워 넣어 마케팅과 티켓 파워에 덕을 보려는 제작사와 공연 부담을 덜며 수입원을 넓히려는 배우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으로 연습시간이 절대 부족하고 공연의 품질도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배우 A·B·C·D 중에 가능하면 B의 공연을 봐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가 하면, 뮤지컬 시상식에서도 "4분의 1만 공연한 배우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논란이 벌어진다. '지킬 앤 하이드' 제작자인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동시에 서너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도 봤다"면서 "문제점을 알지만 스타를 출연시켜 작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투자도 받으려면 그런 캐스팅이 불가피한 시장 상황"이라고 했다.
'아이다'는 노예로 잡혀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이들 두 여인에게 사랑받는 라다메스 장군의 이야기다. 엘튼 존이 작곡했고 박칼린이 연출한다. 아이다를 맡은 옥주현은 "2005년 초연과 달리 이번엔 원 캐스트라서 연습이 효율적인 것은 물론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는 시간이 빨라지고 배우들 사이의 호흡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원 캐스트를 택한 이 뮤지컬이 5년 전과는 다른 밀도를 보여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다'의 모험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아이다'는 노예로 잡혀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이들 두 여인에게 사랑받는 라다메스 장군의 이야기다. 엘튼 존이 작곡했고 박칼린이 연출한다. 아이다를 맡은 옥주현은 "2005년 초연과 달리 이번엔 원 캐스트라서 연습이 효율적인 것은 물론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는 시간이 빨라지고 배우들 사이의 호흡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원 캐스트를 택한 이 뮤지컬이 5년 전과는 다른 밀도를 보여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다'의 모험이 주목받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