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4] 자기들 좋을 때 남도 좋으면 좀 좋으랴
- 비탈길이 희끗한 게 눈 내린 자취가 여태 남았다. 잔설(殘雪)을 털어버린 솔잎이 외려 싱싱하다. 남녀 한 무리가 돗자리를 펼친 채 둘러앉았다. 겨울 들판의 냉기는 아랑곳없이 그들은 지금 흥청거린다. 자리 한가운데 놓인 화로를 보니 눈치채겠다. 육색(肉色)이 붉은 고기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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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5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86] '묵은 때' 벗기기 전의 파르테논 조각
-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 자랑하는 대표적 소장품은 흔히 '엘긴 대리석(Elgin Marbles)'이라고 알려진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들이다. 1800년대 초, 당시 그리스를 지배하던 오스만 튀르크 제국에 외교관으로 파견된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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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0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3] 이토록 우뚝한 母性 드러낸 옛 초상화를 보았는가
- 그림 오른쪽에 주인공의 이름이 나온다. '운낭자(雲娘子) 27세 초상'이란다. 운낭자는 평안도 가산(嘉山) 관청에 딸린 기생으로, 본명은 최연홍(崔蓮紅·1785~1846)이었다. 나이 27세 때 홍경래의 난(亂)이 일어나자 그는 살해된 가산 군수의 장례를 치르고 군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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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8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85] 분열은 빨리 봉합되지 않는다
- 풍성한 황금빛 밀밭 한가운데서 한 남자가 바닥에 상의를 벗어 던져두고 큰 낫을 휘두르며 추수에 열중하고 있다.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1836~1910)가 1865년 여름에 완성한 작품이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남자가 바로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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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2] 앉아 쉬면서도 그는 등에 진 지게를 벗지 않네
- 보부상은 봇짐[褓]을 들거나 등짐[負]을 진 조선시대 장사꾼[商]을 이르는 말이다. 봇짐장수는 부피가 작고 값이 비싼 품목을 팔았다. 비단이나 금은, 담비나 수달피 등이다. 등짐장수는 부피가 크고 값이 싼 어물·소금·목기·토기 등을 지고 다녔다. 장(場)이 서는 곳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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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1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84] "천국으로 보내주소서… 예배당을 바칠 테니"
-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혁신적인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1266?~1337)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파도바에 있는 스크로베니 예배당 내부의 벽화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붉은 건물에 내부 또한 둥근 터널처럼 단순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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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6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1] 개 한 마리 목청 높이자… 동네 개들 따라 짖네
- 그림 왼쪽에 멋을 부려 흘려 쓴 글씨가 있다. 운율을 갖춘 시인데, 뜻을 풀이해보면 문득 웃음이 난다.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네. 만 마리 개가 한 마리 개를 따라 짖는구나. 아이에게 문밖에 나가 보라 시켰더니, 달이 오동나무 가장 높은 가지에 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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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4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83] 사랑에 빠진 이 여인, 곧 닥칠 운명도 모른 채…
-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를 그렸지만, 그의 본업은 사실 화가가 아니었다. 예술과 공학,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세상 만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던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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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0] 서로 물고 뜯다 보면 저런 자 나타난다
- 조개가 모처럼 조가비를 벌렸다. 이때 새가 부리로 조갯살을 쪼았다. 조개는 부리를 물고 놓지 않았다. 새가 조개에게 말했다. "오늘 비가 안 오고 내일도 비가 안 오면 너는 말라 죽는다." 조개가 새에게 말했다. "오늘 못 빠져나가고 내일도 못 빠져나가면 너는 굶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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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8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82] '평범한 사람들의 벽지', 사치품이 되다
- 영국의 공예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 시인이며 출판인이었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1834~1896)가 디자인하고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인쇄한 벽지다. 꽃 중에서도 수수한 데이지를 단순하게 도안한 이 벽지는 화려한 장식품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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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3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