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6] 꽃가지 꺾어 든 그녀, 쪽빛 치마 살포시 들어올렸네
- 미인의 옛적 패션을 구경해보자. 우선 헤어스타일이 피어나는 뭉게구름 같다. 몽실하게 부푼 얹은머리는 윤기 자르르한 칠흑빛이다. 한쪽 끝에 매단 댕기에 멋 부린 티가 난다. 표정은 매우 고혹적이다. 웃음기 머금고 살짝 올라간 입 꼬리가 애교스럽다. 말 그대로 앵두 입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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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3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8] 광기와 폭력 뒤섞인 '현실 세계'… 이승과 저승 가르는 江 위의 단테
- 낭만주의 미술의 시대를 연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1798~1863)가 1822년, 처음 파리 살롱에 전시했던 작품이 바로 '단테의 조각배'다. 들라크루아는 중세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神曲)' 중에서 단테가 고대 로마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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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5] 고주망태 酒暴들은 늘 골칫거리였다
- 때는 가을, 나무 잎사귀에 단풍이 슬슬 물들어간다. 무대는 숲길,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개울이 졸졸 흐른다. 그런데 느닷없이 왁자한 소리가 들리나 했더니 이 무슨 난장판인가. 고주망태가 된 술꾼들이 서로 뒤엉켜 엎어지고 자빠지고 수선스럽기 짝이 없다. 그것도 벌건 대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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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6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7] 나는 뛰어내린다, 육체의 '탈옥'을 위해
- 프랑스 파리의 평범한 골목길. 건물 2층에서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뛰어내린다. 충격적인 이 사진의 주인공은 1950년대의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이브 클랭(Yves Klein·1928~1962)이다. 물론 그가 실제로 2층에서 뛰어내린 건 아니다. 사진작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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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1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4] 이 그림이 스님 초상화라고?… 꼭 얼굴을 보아야만 보았다고 하겠는가
- 이 그림은 초상화다. 아니, 얼굴이 안 나오는 초상(肖像)도 있는가. 의아한 사람은 화면 가운데를 보면 고개를 끄덕일 테다. 사각형 테두리 모양은 위패(位牌)인데, '환월당대종사진(幻月堂大宗師眞)'이라고 적혀 있다. 풀이하면 '환월당이라는 법호(法號)를 가진 큰스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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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9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6] '사랑의 神'을 흥정하는 귀부인… "나는 쾌락을 좇는다, 우아하게"
- 웅장한 대저택,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향로 앞에서 우아한 귀부인이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장사꾼이 꺼내 놓는 물건을 보고 있다. 장사꾼이 파는 물건은 포동포동한 몸에 앙증맞은 날개를 단 사내아이들이다. 바구니 속의 한 아기는 잠들었고, 그중 하나가 날개를 잡힌 채 대롱대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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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3] 사람 일은 얼굴에 새겨지고, 세상엔 거저먹는 일 없다
- 이 초상화를 보는 이라면 누구나 모자 아래 시커멓게 그려놓은 곳으로 눈길이 가게 돼 있다. 다른 데도 아니고 얼굴에 저게 뭘까. 알겠다. 큼지막하게 한쪽 눈을 가린 것은 안대(眼帶)다.요즘으로 치면 액션영화에나 나올 만한 분장인데, 조선시대 초상화에 저리 버젓하게 등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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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5] 말이 정말 저렇게 뛸까?
- 무거운 먹구름 아래 바람을 가르며 네 마리의 경주마가 질주하고 있다. 기수들이 채찍을 휘둘러 속력을 높이는 그 긴박한 순간에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듯이 허공 중에 떠있는 말들의 긴장된 근육과 희번덕거리는 눈동자가 뚜렷하게 묘사된 이 그림은 프랑스의 낭만주의 화가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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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6 (일)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2] '18년 영의정' 비결은… 희로애락 감춘 낯빛에 담겼소
-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물감이 벗겨지고 바탕에 얼룩덜룩 때가 묻은 작품이다. 얼핏 보면 오래된 초상화 같다. 정작 그려진 시기는 조선 후기다. 다만 초상의 주인공은 그보다 훨씬 이전 사람이다. 복색으로 따져 15세기 무렵이 맞다. 담홍색 관복을 입었는데 깃의 너비가 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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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화)
손철주 미술평론가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1] 세월을 탓하지 말라, 大義는 망설일 수 없는 것
- 호피(虎皮) 깔개에 앉았는데도 호랑이 등에나 올라탄 듯이 당당한 사나이다. 비록 죽은 놈이지만 호랑이가 그의 발아래에 머리를 잔뜩 조아린 꼴이다. 그는 떳떳하고도 날카롭다. 눈은 앞을 노려보며 부라렸고, 귓불은 뺨 뒤로 숨어 역삼각형 얼굴이 더 매섭다. 짙푸른 관복(官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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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9 (목)
손철주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