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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80] "범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근대국가"
반듯하게 정돈된 농지가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땅 위로 날개를 단 여인이 보기에도 섬뜩한 교수대(絞首臺)를 손에 쥐고 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이 여인이 지배하는 한, 누구라도 자유롭고 두려움 없이 여행할 수 있다. 그녀가 악한들을 몰아내기 때문이다"라는 글귀를 펼쳐..
2012.10.09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7] 남편들이여, 이젠 저렇게 밥상을 차려라
한적한 산골에 달랑 집 한 채가 보인다. 등장인물은 단둘이고, 그들은 부부다. 남편은 방 안에 편히 앉았고 아내는 두 손으로 뭔가를 떠받친다. 잘 보니, 밥그릇과 반찬 그릇이 놓인 소박한 밥상이다. 얼굴 위로 치켜든 상이 위태롭기는커녕 몸에 푹 익어선지 아내는 미소를 ..
2012.10.07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9] 평온한 농촌, 건실한 농부의 모습…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향수였다
한 농부가 곡식을 가득 얹은 손수레를 밀고 있다. 추수를 기다리는 들판만큼이나 따스한 느낌의 황금빛 햇살이 온 화면에 스며들었다. 돌담이며 농기구, 담장 위로 수북하게 피어난 꽃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결코 초라하거나 궁핍한 기색이 없는 평온한..
2012.09.25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6] 꽃가지 꺾어 든 그녀, 쪽빛 치마 살포시 들어올렸네
미인의 옛적 패션을 구경해보자. 우선 헤어스타일이 피어나는 뭉게구름 같다. 몽실하게 부푼 얹은머리는 윤기 자르르한 칠흑빛이다. 한쪽 끝에 매단 댕기에 멋 부린 티가 난다. 표정은 매우 고혹적이다. 웃음기 머금고 살짝 올라간 입 꼬리가 애교스럽다. 말 그대로 앵두 입술에 ..
2012.09.23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8] 광기와 폭력 뒤섞인 '현실 세계'… 이승과 저승 가르는 江 위의 단테
낭만주의 미술의 시대를 연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1798~1863)가 1822년, 처음 파리 살롱에 전시했던 작품이 바로 '단테의 조각배'다. 들라크루아는 중세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神曲)' 중에서 단테가 고대 로마의 시인..
2012.09.18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5] 고주망태 酒暴들은 늘 골칫거리였다
때는 가을, 나무 잎사귀에 단풍이 슬슬 물들어간다. 무대는 숲길,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개울이 졸졸 흐른다. 그런데 느닷없이 왁자한 소리가 들리나 했더니 이 무슨 난장판인가. 고주망태가 된 술꾼들이 서로 뒤엉켜 엎어지고 자빠지고 수선스럽기 짝이 없다. 그것도 벌건 대낮에..
2012.09.16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7] 나는 뛰어내린다, 육체의 '탈옥'을 위해
프랑스 파리의 평범한 골목길. 건물 2층에서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뛰어내린다. 충격적인 이 사진의 주인공은 1950년대의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이브 클랭(Yves Klein·1928~1962)이다. 물론 그가 실제로 2층에서 뛰어내린 건 아니다. 사진작가인..
2012.09.11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4] 이 그림이 스님 초상화라고?… 꼭 얼굴을 보아야만 보았다고 하겠는가
이 그림은 초상화다. 아니, 얼굴이 안 나오는 초상(肖像)도 있는가. 의아한 사람은 화면 가운데를 보면 고개를 끄덕일 테다. 사각형 테두리 모양은 위패(位牌)인데, '환월당대종사진(幻月堂大宗師眞)'이라고 적혀 있다. 풀이하면 '환월당이라는 법호(法號)를 가진 큰스님의 ..
2012.09.09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6] '사랑의 神'을 흥정하는 귀부인… "나는 쾌락을 좇는다, 우아하게"
웅장한 대저택,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향로 앞에서 우아한 귀부인이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장사꾼이 꺼내 놓는 물건을 보고 있다. 장사꾼이 파는 물건은 포동포동한 몸에 앙증맞은 날개를 단 사내아이들이다. 바구니 속의 한 아기는 잠들었고, 그중 하나가 날개를 잡힌 채 대롱대롱 ..
2012.09.04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3] 사람 일은 얼굴에 새겨지고, 세상엔 거저먹는 일 없다
이 초상화를 보는 이라면 누구나 모자 아래 시커멓게 그려놓은 곳으로 눈길이 가게 돼 있다. 다른 데도 아니고 얼굴에 저게 뭘까. 알겠다. 큼지막하게 한쪽 눈을 가린 것은 안대(眼帶)다.요즘으로 치면 액션영화에나 나올 만한 분장인데, 조선시대 초상화에 저리 버젓하게 등장하..
2012.09.02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