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에서 얼굴이 알려진 임금이 몇 명이나 될까. 남아있는 초상화와 사진 다 동원해도 열 명이 안 된다. 그 숱한 왕의 초상이 전란을 겪으며 대부분 불에 타버렸다. 조선은 '초상화의 천국'이라고 했다. 빈말이 아닌 것이, 나라를 세운 태조 이성계(李成桂·1335~14..
독일 가곡에서 최고 가수로 꼽히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그는 아내가 노래할 때, 자주 피아노 반주를 자청했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 '죽음과 소녀'에서 아내(율리아 바라디)가 자기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노래하는 내내, 돋보기 안경을 쓴 피셔 디스카우는 진지한 얼굴로 ..
평범해 보이는 집안 풍경이다. 풍성한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독서에 몰두한 나머지 대천사 가브리엘이 지금 막 큰 날개를 접으며 방으로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다. 그녀는 성모(聖母) 마리아다. 천사는 그녀가 곧 성령(聖靈)의 힘으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것..
고려말의 충신(忠臣)으로 유명한 유학자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1337~ 1392)의 초상이다. 누가 언제 그렸는지는 그림 속에 쓰여 있다. 그린 해는 1880년, 그린 이는 이한철(李漢喆)이다. 이한철은 조선 헌종·철종·고종 등 세 임금의 초상을 그리는 데 모두 참..
소동파가 쓰던 두건을 머리에 얹고 주름이 드러난 도포 속에서 두 손을 맞잡은 이 사내는 조선 후기의 유생(儒生) 심득경(沈得經·1673~1710)이다. 이름이 좀 낯설다. 대신 그 집안을 들먹이면 알 만하다. 심득경의 어머니가 유명한 시조 시인 고산 윤선도의 딸이다.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가 그린 거트루드 스타인의 초상화다. 소설가이자 미술 컬렉터였던 스타인(1874~ 1946)은 미국인이었지만 1903년 파리로 이주해 생(生)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내며 피카소·세잔·마티스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런던 올림픽을 맞아 문화 축제의 하나로 8월 22일~25일 헬리콥터 4대가 나란히 런던 상공에 떠오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2명과 비올리스트와 첼리스트 각각 1명이 이 헬기에 탑승한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이 현악 4중주단이 헬기에서 각각 실연(實演)을 전송하면, 그 소..
짙은 남색의 장삼 위에 붉은 가사가 선명하다. 녹색 매듭을 지은 금빛 고리는 마치 훈장처럼 반짝인다. 색깔이 눈에 띄게 대비되어도 들뜬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매무시다. 다만 주인공이 앉은 의자의 장식이 요란할 정도로 복잡하다. 연두색 바지 아래 보이는 발 받침대가 의자 ..
침실의 천장 한가운데에 동그란 창이 뚫려 있다고 상상해 보자. 낮에는 푸른 하늘에 한가롭게 떠다니는 흰구름이 보일 것이고, 밤이면 수많은 별이 얼굴 위로 쏟아질 듯이 반짝일 것이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그 창의 주위에 둘러서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침실을 내려다보고 ..
세 사람 중 가운데 있는 인물은 옷에 두른 띠가 다르다. 황금색 테두리 안에 붉은 장식이 든 학정금대(鶴頂金帶)다. 그는 수사(水使)를 거쳐 통제사를 지낸 조계(趙啓·1740~1813)다. 그 양 옆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같은 모양의 띠를 찼다. 왼쪽이 조두(趙山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