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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5] 말이 정말 저렇게 뛸까?
무거운 먹구름 아래 바람을 가르며 네 마리의 경주마가 질주하고 있다. 기수들이 채찍을 휘둘러 속력을 높이는 그 긴박한 순간에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듯이 허공 중에 떠있는 말들의 긴장된 근육과 희번덕거리는 눈동자가 뚜렷하게 묘사된 이 그림은 프랑스의 낭만주의 화가 테오..
2012.08.26 (일)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2] '18년 영의정' 비결은… 희로애락 감춘 낯빛에 담겼소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물감이 벗겨지고 바탕에 얼룩덜룩 때가 묻은 작품이다. 얼핏 보면 오래된 초상화 같다. 정작 그려진 시기는 조선 후기다. 다만 초상의 주인공은 그보다 훨씬 이전 사람이다. 복색으로 따져 15세기 무렵이 맞다. 담홍색 관복을 입었는데 깃의 너비가 좁고..
2012.08.21 (화) 손철주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1] 세월을 탓하지 말라, 大義는 망설일 수 없는 것
호피(虎皮) 깔개에 앉았는데도 호랑이 등에나 올라탄 듯이 당당한 사나이다. 비록 죽은 놈이지만 호랑이가 그의 발아래에 머리를 잔뜩 조아린 꼴이다. 그는 떳떳하고도 날카롭다. 눈은 앞을 노려보며 부라렸고, 귓불은 뺨 뒤로 숨어 역삼각형 얼굴이 더 매섭다. 짙푸른 관복(官服..
2012.08.09 (목) 손철주 미술평론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3] 올림픽의 기원은 치열한 '전쟁'이었다
그리스 문화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은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아테네인들이 그 영광을 수호여신(女神)인 아테나에게 바치기 위해 재건한 것이다. 그들은 전쟁 중 폐허가 된 옛 신전터에 거대한 새 건물을 지어 상아와 황금으로 만든 ..
2012.08.02 (목)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0] '어사또의 전설'이 된 까닭, 단호한 얼굴에서 드러나다
구름무늬 곱게 수놓은 흉배에 한 쌍의 학이 날갯짓한다. 이를 보면 당상관에 오른 문신의 초상이다. 허리에 두른 띠도 품계를 귀띔해준다. 다섯 줄의 금색을 치고 그 위에 무소뿔로 만든 장식을 곁들였다. 곧 1품이 두르던 서대(犀帶)이다. 깃이 둥근 관복 속으로 흰옷이 목..
2012.07.31 (화) 손철주 미술평론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2] 대규모 건축 사업이 神의 뜻이었다고?
구데아(Gudea)는 기원전 21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도시국가였던 라가시(현재 이라크 남부)의 왕으로 신(神)들을 위한 수많은 신전을 신축하거나 기존의 신전을 증축했다. 그는 건축 사업과 동시에 자신의 조상(彫像)을 만들어 그 모든 신전(神殿)에 봉헌한 것으로도 ..
2012.07.25 (수)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19] 스물세 살, 살림도 내조도 겪을 만큼 겪었소
그림 오른쪽 귀퉁이에 적힌 작은 글씨로 보면, 스물세 살 먹은 여인의 초상이다. 신분도 곁에 씌어 있다. '숙부인(淑夫人) 장흥(長興) 마씨(馬氏)의 모습'이란다. 하지만 이 정도 귀띔으로는 그녀가 어느 벼슬자리에 있던 누구의 아내였는지, 알아내기 어렵다. 그린 이도 ..
2012.07.22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1] 비싸고 호화로운 예식… 결혼의 참의미는 어디에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 중 가장 큰 그림은 바로 이탈리아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1528~1588)가 그린 '가나의 결혼식'이다. 세로 7m, 가로 10m에 육박하는 이 거대한 화면 안에서는 야외에 내놓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130여..
2012.07.17 (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9] 진실을 찾아 메마른 땅 위를 방황하노라
미화(美貨) 1달러짜리 지폐의 뒤쪽에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눈 하나가 붙어있는 문양이 있다. 세상 만물을 꿰뚫어보는 절대자의 눈을 상징하는 이 '섭리(攝理)의 눈(Eye of Providence)'은 고대 문명으로부터 전해오는 진리의 상징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상징주의 ..
2012.07.05 (목)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17] 이미 俗世 등져 머리 깎았거늘… 왜 시름 담아 두 눈 부릅떴나
패랭이처럼 꼭대기가 둥근 갓을 쓴 김시습(金時習·1435~1493)이다. 챙이 있어 햇빛을 가리고, 눌러쓰면 세상을 피하기에 좋다는 그 갓이다. 크고 작은 호박 구슬로 장식한 갓끈이 유난히 까맣다. 조선 초기의 학자이자 문인이었던 김시습은 야인(野人)의 복장인 도포를 ..
2012.07.01 (일) 손철주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