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해 말하는 책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술 관련서'라고 하면 전공자들을 위한 미술사 책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엔 미술 관련 책도 미술사 책은 물론이고 그림 에세이, 화가·그림을 모티프로 한 소설, 여행서 등 무척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미술에 관해 관심을 갖고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이 읽을 만한 책 몇 권을 소개한다.
'당신에게, 러브레터'(이동섭 지음·시공아트)는 '예술에 담긴 사랑과 이별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미술에세이다. 예술작품을 통해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의 경험을 통해 예술작품을 보는 독특한 감상법을 제시한다. 제목이 주는 느낌과 달리 그리 가볍지만은 않지만 그 덕분에 더욱 풍성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다. 개인적 이야기에 그림을 얹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주인공으로 두고 이야기를 하되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서 끌어온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좋은 글이 잘 어우러진 미술 에세이이다.
'우연한 걸작'(마이클 키멜만 지음·세미콜론)은 미술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 준다. '뉴욕타임스' 의 수석 미술 비평가인 저자는 하얗게 소독된 미술관이나 갤러리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 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값비싼 것, 아름다운 것, 인정받은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 어떤 치열함,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진정성이 깃들어 있는 삶의 방식이 예술이라는 것을 아마추어의 열정을 통해 알려준다. 책을 한 장 한 장 아껴 읽도록 하는 저자의 글 솜씨도 돋보인다.
'지식의 미술관'(이주헌 지음·아트북스)은 양식이나 기법, 정치·사회적 사건이나 역사적 이슈, 시장, 작가를 둘러싼 시공간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미술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본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어 재미가 있는 것은 물론 읽다 보면 어느새 미술 교양의 기초체력이 다져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림과 그에 얽힌 사회문화적 요소를 친절하게 풀어 설명하는 저자 특유의 친근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미술을 테마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독자라면 '런던 미술관 산책'(전원경 지음·시공아트)을 흥미롭게 읽을 것이다. 내셔널갤러리에서 테이트모던까지 런던의 대표적인 미술관들을 소개하는데, 미술사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지은이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은 작품 이야기와 작품의 특이한 '사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국 이야기가 담긴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영국의 역사를 따라갈 수 있게 한 것도 독특하다.
미술시장이 궁금한 독자라면 '은밀한 갤러리'(도널드 톰슨 지음·리더스북)가 흥미로울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상어를 포르말린에 담가 전시한 거대한 작품을 뜻하는 '1200만달러짜리 박제 상어(The $12Million Stuffed Shark)'다. '특정 작가의 작품을 유명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마술이 작용해 현대미술을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변신시키는가' 등의 의문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현대미술시장을 분석한다. 세계적인 미술품경매사와 유명 갤러리, 딜러, 작가, 컬렉터들을 인터뷰하고 충분한 자료 조사를 통해 미술계의 경제 논리와 작품 거래를 둘러싼 '은밀한 세계'의 지형도를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제작 협찬: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