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of Art] 국내 경매 회복세… 中시장 급성장

  • 서진수·강남대 교수(미술시장연구소장)

입력 : 2011.04.18 16:11

미술시장 전망

미술시장에 조금씩 봄기운이 돈다. 2008년에 시작된 불황 이후 2년 반 동안 극심한 침체를 겪던 미술시장이 2010년 후반기부터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화랑가에서 미술시장의 허리를 받쳐주는 중견작가의 전시가 드문드문 열리고, 관람객 수만 알리고 판매액을 밝히지 않던 아트페어들이 결과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미술시장 전반이 죽는 소리만 하던 2년 전에 비해 더디게나마 회복되고 있다.

경기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매시장도 회복세를 보인다. 2008년부터 2년 연속 40%씩 낙찰 총액이 감소하였으나 2010년에는 923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31.6% 증가하였다. 그리고 2011년 3월에 열린 5건의 봄경매는 2010년 3월에 열린 5건의 봄경매 결과보다 낙찰률이 10.6%포인트, 낙찰 총액이 27% 상승했다.

미술시장의 회복은 고가(高價) 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박수근·김환기·도상봉·이대원·장욱진·이인성 등의 작고 작가, 이우환·천경자·김종학 등의 원로작가 그리고 단원 김홍도·오원 장승업·겸재 정선의 회화 및 청화백자 등 고미술 분야의 작품 등 총 28점이 1억원 이상에 낙찰됐다. 특히 고미술시장의 확대와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의 증가는 앞으로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고미술품을 계속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술시장의 회복은 세계 미술시장의 회복에 따른 영향도 컸다. 2010년 세계 미술시장은 뉴욕, 런던, 베이징, 홍콩 시장의 약진으로 91.9% 성장했다. 최근에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artprice)가 발표한 2010년도 세계 미술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낙찰총액이 93억6300만달러, 즉 10조4257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90% 이상 성장하였으며, 최절정기인 2007년의 99.6%까지 회복되었다.

2010년 세계 미술시장의 대변혁은 그동안 3위에 머물던 중국이 33%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세계 1위로 올라선 점이다. 특히 중국의 고미술시장과 근대미술시장의 급성장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판매된 총액의 1/3을 차지하여 미국영국의 미술시장이 1950년대 이후 60년간 키워온 규모를 불과 10년 만에 앞질렀다.

그동안 많은 나라의 컬렉터들이 피카소, 워홀, 르누아르, 고흐, 리히텐슈타인 등 서양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경쟁해왔는데 이제는 치바이스(齊白石), 장다첸(張大千), 쉬베이홍(徐悲鴻), 푸바오스(傅抱石) 등 중국 작가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게 됐다. 2010년 500대 작가에 중국 작가가 무려 193명이 포함되었으며, 한국은 이우환(287위), 김환기(328위) 2명, 일본 작가는 3명에 불과했다.

중국은 정부의 문화예술 진흥정책과 1만 개 미술관 건립 계획, 기업과 개인의 미술품 투자 경쟁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동양화인 국화(國畵)에 대한 투자와 고미술품의 구입, 회수는 중국이 애국심을 가진 국민으로 꽉 찬 나라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경매회사의 규모와 매출액도 매년 급성장하여 베이징의 빠오리(保利)(세계 시장 점유율 7.4%), 쟈더(嘉德)(5.32%), 쾅시(匡時)(2.07%), 한하이(翰海)(2.74%) 외에도 홍콩의 소더비(2%), 크리스티 (2.5%)가 중국 미술시장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서구 미술시장은 런던, 뉴욕, 파리, 베를린에 머물러 있는 데 비해 아시아 미술시장은 베이징, 홍콩, 서울, 도쿄, 싱가포르, 타이베이, 델리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미술시장은 주로 국내 작가와 서구 작가의 작품을 거래했으나 앞으로는 순수미술시장이 우리의 40배에 달하고 다양한 부문을 망라한 전체 시장은 100배가 넘는 중국 작가의 작품을 거래하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