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of Art] 보고 있으면 즐거운 이 작품… 투자수익의 즐거움도 줄까?

  •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입력 : 2011.04.18 16:01

초보자를 위한 미술품 투자가이드

미술품 컬렉션의 매력은 미학적 즐거움과 신분상승, 모으는 과정의 짜릿함 그리고 투자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미술품 투자를 '감성투자(Passion Investment)'라고도 부른다. 세상의 많은 부자들이 미술품에 열광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마지막 취미가 컬렉션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컬렉션은 미학적 감상에서 출발하여 부의 증대로 완결된다. 컬렉션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컬렉션에 수반되는 위험과 어려움을 알아두어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하지 말아야 하니까.

날 때부터‘프로 컬렉터’였던 사람은 없다. 미술품 투자도‘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왼쪽 사진은 지난해 11월 10일 열렸던 뉴욕 크리스티의 이브닝 세일 풍경,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9월 25일 열린 뉴욕 소더비의 리먼 브러더스 기업 컬렉션 경매 모습. / 블룸버그

1. 타이밍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시장 경기가 한창 정점을 향해 치달을 때 컬렉션을 시작해서 거품붕괴의 쓴맛을 보고 접는다. 모든 투자의 진리는 남들이 팔 때 사고 남들이 살 때 파는 것이다. 아무리 고수라도 천장에 사서는 이익을 보기 어렵고 바닥에 사면 아마추어라도 실패는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는 지금이 좋은 타이밍이다. 이미 바닥을 쳤고 이런저런 국내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이 상승 기류를 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언젠가는 여기에 합류할 것이다.

2. 내 취향을 의심하라

"당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사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넥타이 사듯이 사라는 얘긴데, 참으로 무책임한 조언이다. 초보자들이 좋아하는 그림은 뻔하다. 그런 작가가 뜰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 취향이 그림 값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취향은 공부하면서 바뀐다. 옛날엔 좋아 죽던 그림이 지금 보면 멀미나는 게 많다. 끊임없이 내 취향을 회의하라. 사고 싶은 그림을 사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컬렉션이다.

3. 컬렉션은 돈이 아니라 안목으로 하는 것이다

컬렉션은 부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피카소·반 고흐·앤디 워홀·박수근·김환기 같은 대가들의 작품도 얼마든지 헐값에 살 수 있는 시절이 있었고, 그렇게 산 사람들이 있다. 대가들이 날 때부터 대가는 아니었다. 큰돈으로 실패한 사람만큼 작은 돈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미술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0.1%의 작가와 이들을 알아보는 1%의 컬렉터들이다.

4. 유행에 휩쓸리지 마라

초보자들은 대개 유행 따라 산다. 유행은 덧없다. 유행을 타고 있는 작가에게는 거품이 끼어 있게 마련이고 유행이 지나면 추락한다. 특히 작품세계가 무르익지 않고 반짝 유행을 탄 젊은 작가는 대부분 추락한다.

5. 믿을 만한 곳에서 사라

그림에는 정가가 없다. 상식적인 가격의 10배쯤에 샀어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평판이 좋은 화랑이나 경매회사에서 사는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명성은 좋은 작가, 좋은 작품, 합리적인 가격으로 얻어진 것이다.

6.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라

작가나 작품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독선과 아집에 빠지기 쉽다. 독선과 아집은 컬렉션에 있어서는 독약이다. 전문가들조차도 다른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 미술시장에서야말로 정보는 돈이다. 작품은 눈과 귀로 사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컬렉션 뒤에는 늘 훌륭한 조언자가 있었다.

7. 싸고 좋은 작품은 없다

나는 누군가가 자기에게 아주 좋은 작품을 싸게 주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모두가 나중에 되팔 수도 없는 작품을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팔아넘긴 것이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는 것은 마음 속에 일확천금에 대한 망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는 이런 사람들을 노린다. 흙 속의 진주는 있어도 값싼 진주는 없다.

8. 팔아보아야 안다

그림 장사로 나서라는 말이 아니다. 그림을 팔아보아야 컬렉션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한다. 세상에 그림처럼 사기 쉽고 팔기 어려운 것도 없다. 사기 쉬운 그림은 팔기 어렵고 팔기 쉬운 그림은 사기 어렵다. 팔아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재벌이 아닌 다음에야 늘 사기만 할 수는 없다. 사고팔면서 컬렉션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9. 그림을 진정 좋아하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마라

미술투자는 장거리 경주다. 미술품은 거래비용이 높기 때문에 웬만큼 올라서는 별로 남는 게 없다. 적어도 몇 배는 올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림을 진정 사랑하지 않으면 인내심이 생기지 않는다. 미술품은 환금성이 매우 낮다.

10. 무리해서 사지 마라

컬렉션은 쇼핑 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강한 쇼핑이다. 경제적인 무리를 경계해야 한다. 작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좋은 순서로 팔게 되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양화는 사라지고 악화만 남게 된다.

11. 가능하면 작가와 직거래하지 마라

약은 척 하는 사람들은 작가를 찾아다니며 사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그러나 화랑이나 경매회사에서 사는 것보다 싸지 않을 수도 있고 좋은 작품을 주리라는 보장도 없다. 작가가 권하는 작품, 제시하는 가격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꼭 사야 한다면 이 점을 명심해라.

12. 국내 작가만 고집하지 마라

그림을 좋아하다 보면 그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지고 넓어져 해외 작가에까지 미치게 된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해외 작품에 대한 정보 취득이나 매매가 어렵지 않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재미도 더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