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는연극]논쟁 대 교수와여제자

입력 : 2010.04.18 16:52   |   수정 : 2010.04.18 16:56
‘논쟁’은 프랑스 극작가 겸 소설가 피에르 드 마리보(1688~1763)의 작품이 원작이다.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이 더 먼저 변심하는가’를 알기 위해 갓 태어난 남녀아기 넷을 격리시켜 양육한 후 성인으로 서로 만나게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국내 초연, 2개월만에 1만명의 유료 관객을 모았다.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키듯 처음 만난 남녀는 자기와 다른 알몸의 이성을 발견하게 되고 곧 사랑에 빠진다. 이 때 또 다른 남녀가 나타나고 이 세상에 오로지 자신 밖에 모르는 이들은 큰 혼란을 겪는다. 18세기 작품임에도 이성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욕망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논쟁’의 연출자인 임형택 예술감독(극단 서울공장)은 “논쟁이 작년에 세간에 화제가 되면서 ‘유명인을 캐스팅하자, 더 확실하게 노출을 하자’는 주변의 이야기가 많았다”며 “솔직히 그러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들은 우리 연극의 원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접었다”고 털어놓았다.

“연극이라는 것이 대사나 문자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몸이나 그들이 내는 소리도 중요한 요소”라며 “논쟁도 스토리텔링이 다소 거친 부분이 있지만 중요한 교감은 배우들의 몸과 그들이 내는 소리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논쟁’은 알몸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노출이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연극평론가 김형기 교수(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는 ‘논쟁’에 대해 “누드는 작품 속 내러티브 전개상 타당성과 당위성을 확보할 만하다”며 “극중 극으로 전개되는 ‘에덴동산’의 장면에서 네 명의 남녀 배우가 누드 상태로 연기하는데, 이는 인식의 열매를 따먹기 이전의 인간이 지닌 원초적인 무구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고 호평했다.

‘논쟁’이 주목받자 등장한 것이 ‘교수와 여제자’다. 명예와 지성을 겸비한 교수와 그의 여제자가 벌이는 은밀한 개인수업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공연 내내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40대 후반 남자가 무대로 난입, 여배우를 안았다. 심혈관 질환을 앓던 50대 남성은 호흡곤란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50대 초반 남자는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누드 여배우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결국, 불안증을 호소한 여배우가 다른 여배우로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예에서 보듯, 작품성보다는 각종 스캔들로 유명해졌다. 연극계의 평도 대체로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여배우의 적나라한 신체노출, ‘29세 관람금지’ 등으로 중년층을 겨냥해 성공했다. 부부단위 관객까지 몰리며 지난해 10월 말 개막 이후 4만명 이상을 모았다. 외설 의혹을 받는 등 악평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상업적으로는 성공했다.

‘논쟁’의 임 감독은 ‘교수와 여제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작품을 보지 못해 비교는 할 수가 없다”고 일단 전제했다. “번뇌와 고민이 들어간 작품이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편견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안동찜닭이 유행하면 안동찜닭 집이 우수수 생기는 것처럼 그런 모습을 방불케 하는 사회의 단면이 안타깝기는 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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