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4.18 09:32 | 수정 : 2010.04.18 16:57

‘벗는 연극’ 시비는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노출이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면 예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외설로 구분 가능하다.
연극평론가 김형기 교수(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는 “그 창작행위가 실제적 이익이나 목적의 달성을 추구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구분한다. 즉 “상업적인 외설연극의 경우 관객들에게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의 즐거움이나 심미적 경험을 안겨주기보다 목전의 말초적 쾌감을 자극하고 만족시킴으로써 소위 ‘대박’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창작행위의 뜻을 둔다”는 설명이다.
연극에서 노출이 주제의 심화 차원에서 쓰인다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2007년 연극배우 김지숙(54)이 연기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노출를 감행한 연극 ‘졸업’이 보기다. 중년 여성이 20대 혈기왕성한 청년을 유혹하는 설정이다. 극 전개의 타당성을 위해 필요했다는 중론이다.
지난해 선보인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1828~1906)의 ‘페르귄트’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인공이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투명한 아크릴 상자로 들어가는 장면이 백미로 손꼽혔다.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 구원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는 등 작품에 등장하는 노출 장면 대부분이 진지하게 해석됐다. 그럼에도 무대에서의 노출은 영상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연극에서의 노출은 언제든 상술로 활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람의 몸 그 자체가 자본이고 교환의 대상이 된 지 이미 오래”라며 “이미지 중심의 물신화된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몸의 시각적 스펙터클로 대중문화 소비자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한다. “우리는 이미 ‘몸’과 ‘이미지’의 폭력 속에서 만취된 채 살고 있다. 몸짱, 얼짱, 식스팩, 품절녀, 짐승돌 등등의 속어가 이를 웅변한다”는 설명이다.
관객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연극을 보느냐에 따라 예술과 외설, 혹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가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즉, 어떤 관객이 연극으로 몰리는가가 일종의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연극을 찾지 않는 사람이 연극을 찾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현 시점에서 노출은 한 번도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주요한 도구다. 예술을 향유하려고 하기보다 호기심 충족을 원하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벗는 연극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이 노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요가 있으니 생산도 이뤄진다. 연극의 노출 강도는 더욱 강해지게 마련이다.
김 교수는 “관객의 취향에 영합해 상업연극이 성행할 경우 연극은 시민사회의 비판자로서 수백년 간 지켜온 그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벗는 연극이 외설로 치부되는 데는 여성의 성 상품화도 한몫 거들고 있다. 여성이 연극의 등장인물로 참여한 것은 불과 18세기를 전후해서다. 그것도 창녀 노릇을 맡거나 신체노출로 이목을 사로잡는 수단이었다. 이전까지 여성의 캐릭터는 대부분 남성, 특히 소년이 대신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압적인 시선은 완고했다.
작금의 벗는 연극은 이 같은 상황에서 몇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강압적이고 노골적인 시선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여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출을 단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무명의 배우가 유명세를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심사숙고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며 나중에 후회하는 여우들이 적지 않다.
경제 불황 등이 양산한 고개 숙인 남성들을 위해 여성의 성이 이용되는 것도 문제다.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고 섹스산업을 권장한 제5공화국의 정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억눌린 성적 욕구를 발산하는 통로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그런 심리를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은 활발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중론이다.
공연계는 노출을 전면에 내세운 연극이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질성을 강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커지는 사회에서 관객을 직접적으로 자극, 감정에 호소하는 작품은 계속 나오게 마련이다.
공연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황인 연극계에서 일부 제작자들은 ‘벗는 연극’을 돌파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반 연극을 보는 관객의 숫자가 늘지 않는 이상 노출을 내세운 연극은 꾸준히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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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평론가 김형기 교수(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는 “그 창작행위가 실제적 이익이나 목적의 달성을 추구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구분한다. 즉 “상업적인 외설연극의 경우 관객들에게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의 즐거움이나 심미적 경험을 안겨주기보다 목전의 말초적 쾌감을 자극하고 만족시킴으로써 소위 ‘대박’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창작행위의 뜻을 둔다”는 설명이다.
연극에서 노출이 주제의 심화 차원에서 쓰인다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2007년 연극배우 김지숙(54)이 연기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노출를 감행한 연극 ‘졸업’이 보기다. 중년 여성이 20대 혈기왕성한 청년을 유혹하는 설정이다. 극 전개의 타당성을 위해 필요했다는 중론이다.
지난해 선보인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1828~1906)의 ‘페르귄트’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인공이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투명한 아크릴 상자로 들어가는 장면이 백미로 손꼽혔다.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 구원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는 등 작품에 등장하는 노출 장면 대부분이 진지하게 해석됐다. 그럼에도 무대에서의 노출은 영상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연극에서의 노출은 언제든 상술로 활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람의 몸 그 자체가 자본이고 교환의 대상이 된 지 이미 오래”라며 “이미지 중심의 물신화된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몸의 시각적 스펙터클로 대중문화 소비자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한다. “우리는 이미 ‘몸’과 ‘이미지’의 폭력 속에서 만취된 채 살고 있다. 몸짱, 얼짱, 식스팩, 품절녀, 짐승돌 등등의 속어가 이를 웅변한다”는 설명이다.
관객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연극을 보느냐에 따라 예술과 외설, 혹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가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즉, 어떤 관객이 연극으로 몰리는가가 일종의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연극을 찾지 않는 사람이 연극을 찾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현 시점에서 노출은 한 번도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주요한 도구다. 예술을 향유하려고 하기보다 호기심 충족을 원하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벗는 연극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이 노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요가 있으니 생산도 이뤄진다. 연극의 노출 강도는 더욱 강해지게 마련이다.
김 교수는 “관객의 취향에 영합해 상업연극이 성행할 경우 연극은 시민사회의 비판자로서 수백년 간 지켜온 그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벗는 연극이 외설로 치부되는 데는 여성의 성 상품화도 한몫 거들고 있다. 여성이 연극의 등장인물로 참여한 것은 불과 18세기를 전후해서다. 그것도 창녀 노릇을 맡거나 신체노출로 이목을 사로잡는 수단이었다. 이전까지 여성의 캐릭터는 대부분 남성, 특히 소년이 대신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압적인 시선은 완고했다.
작금의 벗는 연극은 이 같은 상황에서 몇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강압적이고 노골적인 시선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여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출을 단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무명의 배우가 유명세를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심사숙고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며 나중에 후회하는 여우들이 적지 않다.
경제 불황 등이 양산한 고개 숙인 남성들을 위해 여성의 성이 이용되는 것도 문제다.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고 섹스산업을 권장한 제5공화국의 정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억눌린 성적 욕구를 발산하는 통로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그런 심리를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은 활발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중론이다.
공연계는 노출을 전면에 내세운 연극이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질성을 강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커지는 사회에서 관객을 직접적으로 자극, 감정에 호소하는 작품은 계속 나오게 마련이다.
공연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황인 연극계에서 일부 제작자들은 ‘벗는 연극’을 돌파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반 연극을 보는 관객의 숫자가 늘지 않는 이상 노출을 내세운 연극은 꾸준히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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