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걸즈' 에피역 차지연, "역할 위해 +15Kg 프로정신"

입력 : 2009.05.19 10:38
요즘 뮤지컬계에서 가장 핫(Hot)한 배우 중 한명이 차지연(27)이다. 화제작 '드림걸즈'에서 산전수전 다 겪는 '에피'를 맡아 열연 중이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씨왓아이워너씨'에서 봤던 모습보다 훨씬 '비대'해졌다. 체중이 무려 15kg이나 불었기 때문. 예쁘고 날씬한 디나(영화속 비욘세)에게 팀의 간판자리를 내주는 에피인지라 프로정신을 활활 불살랐다.

뮤지컬 '드림걸즈'의 에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차지연.

나만의 발성-목소리 새로운 연기 꿈꾸죠!
데뷔 4년차 - 네작품만에 스타덤

"지금도 왕창 먹고 나왔다"고 운을 뗀 그녀는 라면을 하루에 2,3개씩 끓여먹거나 치킨 한 마리를 꿀꺽 해치우며 몸을 만들었다고 쿨하게 털어놓는다. '나중에 어떻게 뺄거냐'고 묻자 "찌는 것도 금새 찌고 빼는 것도 금방 되는 체질"이라며 깔깔 웃는다.

지난 2006년 일본 극단 사계가 제작한 '라이온킹'의 라피키 역으로 데뷔한 그녀는 '마리아마리아'를 거쳐 2008년 '씨왓…'을 통해 주목받은 뒤 '드림걸즈'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무명에서 스타로 도약하는 극 중 캐릭터랑 비슷하다.

차지연은 이력이 독특하다. 서울예대 1학기를 다니다 형편이 어려워져 그만둔 걸 제외하면 정식으로 연기와 노래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라이온킹' 오디션에 응하기 전까지도 뮤지컬은 잘 몰랐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외가는 온통 국악 집안이고(외조부가 판소리 인간문화재인 송원 박오용 옹이다), 아버지는 배구선수였다. 덕분에 어릴 때 국악신동 소리를 들으며 외할아버지와 함께 TV 출연도 많이 했다. 어릴 때 판소리를 하다 커서는 타악을 했다. 이뿐 아니다. 부친의 영향으로 중학교 때는 허들, 고교 시절엔 배구선수를 겸했다.

뮤지컬배우들은 대개 ▶연영과 출신, ▶성악에서 전향 ▶연예인 출신으로 삼분되는데, 그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뮤지컬배우, 그것도 단 4편 만에 나름 주목받는 배우가 됐을까?

"어릴 때부터 노래부르기를 좋아했어요. 잘 부른다는 얘기도 약간 들었고요.(웃음)"

어린 시절 판소리로 목청을 가다듬은 그녀는 방황하던 시절, 휘트니 휴스턴, 알리샤 키스, 샤카 칸 등 샤우팅이 강한 열창파 가수들의 노래를 틀어넣고 따라부르기를 거듭했다. 지금 '드림걸즈' 에피의 허스키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목청은 이렇게 '셀프 스터디'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그녀는 "에피의 내면에 더욱 공감한다"고 말한다. 상처받고 방황하다 재기하는 에피와 비슷한 경험을 성장기에 많이 했기 때문. 국악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밀려나 결국 포기해야했고, 20세 이후 노래실력 하나 믿고 음반사를 기웃거렸지만 앨범 한 장을 끝내 내지 못했다. 이 무렵 혼자 참 많이 울었다.

"모든 것이 아직도 서툴죠. 특히 연기는 자신 없어요. 하지만 저만의 발성, 목소리로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꿈은 있어요."

크리스천인 그녀는 '드림걸즈'를 끝낸 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를 통해 유명해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다. "인생공부를 더 하려고요. 조그만 성취에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부족한 게 뭔지를 깨닫고 채워야지요."

'몸매 원상회복도 목적 중의 하나가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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