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수록 드러나는 내면의 아름다움… 동양 미의식 조명하는 ‘의금상경’展

입력 : 2023.01.20 16:36

최명영, 장승택, 김현식, 박현주 등 작가 15인
2월 25일까지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화려함은 감추고 응축된 내면을 조금씩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숨기기에 그 깊이가 더욱 우러나는 은수(隱秀)의 미학입니다. 마치 꽃망울이 터질락 말락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같다고나 할까요.”(이진명 미술평론가)
 
의금상경(衣錦尙絅). ‘비단옷 위에 삼(麻)옷을 걸쳤다’란 뜻을 지닌 2600년 전의 고대어로,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미의식을 의미한다. 화려한 형식을 될수록 감추고 내면의 빛을 살며시 드러내는 동아시아 특유의 미의식이 현대 미술에도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온 것에 주목, 이를 보여주는 대표 작가 15인을 모아 전시를 기획했다.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작가 15인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획전 ‘의금상경’이 2월 25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린다. 한국 단색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톺아 나가면서 단색화 이후 작가들의 작품성과 정신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형 기획전으로, 최명영(崔明永, 1941-), 이동엽(李東燁, 1946-2013), 박영하(朴永夏, 1954-), 이인현(李仁鉉, 1958-), 천광엽(千光燁, 1958-), 장승택(張勝澤, 1959-), 김길후(金佶煦, 1961-), 왕쉬예(王舒野, 1963-), 김영헌(金永憲, 1964-), 박기원(朴琪元, 1964-), 김현식(金玄植, 1965-), 박종규(朴鍾圭, 1966-), 박현주(朴賢珠, 1968-), 윤상렬(尹祥烈, 1970-), 박인혁(朴仁赫, 1977-) 15인의 작품 55점이 내걸린다.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명 평론가는 “하늘의 도리는 남는 것을 덜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즉,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하고, 비우면 다시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야말로 동양 미학의 핵심이며 원초적 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최명영, 이동엽은 한국 단색화의 정초자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데, 될수록 색을 최소화하고 힘을 응축하며 정신을 화면에 불어넣는다는 지향성이 옛사람들의 미의식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또한, 후기 단색화 주자로 꼽히는 장승택, 김현식, 박종규는 회화 창작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면서도 정신성에서만큼은 힘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축적하는 의금상경의 사유를 품고 있다.
 
이 평론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단색화 작가와 함께 단색화 영향을 받은 후대 작가들이 새로운 방법론으로써 신체 수양의 미학을 새로운 물질로 구현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라며, ”단색화와 포스트 단색화 작가 모두 그 흐름과 기저에는 겸손, 겸허,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자세가 공통된 감각으로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 미술계의 시선이 쏠린 시기에 이러한 세계적 관심을 지속하고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우정우 학고재 실장은 “국제 미술계에서 추상회화의 강세를 염두에 둘 때, 단색화 전후좌우로의 미술사 연구의 확산과 시장에서의 작품의 활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학고재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단색화와 그 이후의 양상을 깊이 고려해서 작가를 선발했으며 작가들의 내면에 일관되게 관통하는 핵심 의제를 찾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의금상경’전(展) 전경.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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