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학미술제 캔버스 노트 4장] ‘LiQuifying You’· ‘흔 Imprint’· ‘Reality’

  • 김현 기자

입력 : 2025.07.22 17:17

‘2025 대학미술제: 캔버스 리그’
ACS와 졸업작품 아카이빙 플랫폼 PoA 공동 주최
29일부터 서울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블라인드 전시
전시 관람객 블라인드 투표
득표 상위 3인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ACF 참가 혜택

'2025 대학미술제' 전시 포스터. /아트조선
 
‘2025 대학미술제’는 2024년 졸업 작품을 제출한 대한민국 예술대학 학생들의 작업을 재조명하고, 학업을 마침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에 선 청년 작가들에게 전업 작가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자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는 ART CHOSUN과 TV CHOSUN이 공동 주최하고, 졸업 작품 아카이빙 플랫폼 PoA와 ACS(아트조선스페이스)가 공동 기획했다. ‘2025 대학미술제’에는 51개 대학 출신 졸업생 수백 명이 지원했으며, 이중 내부 심사와 외부 전문가 평가, 대중 투표를 거쳐 21명이 최종 선발됐다. 선발 작가는 7월 29일부터 서울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전시를 갖고, 방문객 투표를 통해 득표 상위 3인에게는 오는 10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리는 전시형 아트페어 ACF(아트조선포커스)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ACF는 미디어의 시선과 관점으로 기획한다. 올해 3월에 이우환·이배·윤형근·김창열·하종현·박서보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내걸어 컬렉터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에, 아트조선은 7회에 걸쳐 매체·주제·표현양식 등의 기준으로 작가 3인을 묶어 연재한다. 블라인드로 진행되는 전시 특성상 작가 이름과 이력을 공개하지 않는다.
 
LiQuifying You(SssssCcccAaaNnnning), 2023-24(2025 재제작),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 mixed media and real-time, Variable size. /작가 제공
 
때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작품 ‘LiQuifying You’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됐던 사적 체험에서 출발한다. 작품은 작가가 '붉은 방'이라 명명한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의 퀴어적 경험을 담고 있는데, 그날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이 작품의 특징은 사적 경험이 개인 내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관람객과 눈 맞추고, 상호 작용하며 경험을 외부로 꺼내놓는다는 것에 있다. 가상의 퀴어클럽을 가시화한 이 작품은 공간을 붉게 물들이며 퀴어링한다. 마치 물에 물감이 번지는 것처럼 고르게, 서서히, 물들인다.
 
흔 Imprint, 2024, Graphite on acrylic sheet, 24×190×15cm×(2). /작가 제공
 
일상 속 흔적을 탐구한 작품 ‘흔 Imprint’는 세상과 교감하며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포착한다. 아크릴에 흑연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선을 새기고 흑연으로 겹쳐진 흔적을 드러내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흐름 속에서 희미해지는 삶의 유한함을 강렬히 붙잡으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쉽게 번지고 지워지는 흑연의 속성은 흐름 속에 스러지는 존재의 연약함을 닮아 있다. 작가는 무수한 선들이 교차하는 흔적을 통해 흐름 속 연약하게 남겨지고 사라지는 것들의 의미를 탐구한다.
 
Reality, 2024, Stainless steel and polycarbonate, 70×85×180cm. /작가 제공
 
작품 ‘Reality’는 사회적인 불행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관점에서,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물질적 성공’에 개개인의 인생을 끼워 맞추는 현실을 반영한다. 저마다 다른 삶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하며, 규격에서 벗어난 사람에게는 손가락질하는 사회 분위기를 담았다.
 
이러한 현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갇히다’, ‘얽매이다’, ‘흐려지다’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꼽았고 이를 조형화해 의자로 표현한다. 관람객은 작품에 직접 앉아볼 수 있다. 앉는 행위는 물질적 성공을 지향하는 획일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동일시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