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때문에 국립 예술단체 수장 인사도 잠잠

입력 : 2016.12.16 10:41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국공립 예술기관의 수장 인사에도 미치고 있다. 국립발레단과 국립극단이 대표적이다.

임명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순실 게이트' 직격탄을 맞은데다 '블랙리스트' 등과 관련 조윤선 장관에 대한 문화예술계 반발이 이어지면서 인선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과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임기 만료가 내년 2월 초지만 연임 또는 후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두 단체에 대한 공연계의 호의적인 평가와 별개로 정부가 국립 예술단체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립발레단은 16일 현재 내년 레퍼토리를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찌감치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2년 안팎으로 미리 레퍼토리를 예고하는 해외 유명 발레단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립극단 역시 예년보다 내년 작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2~3년 임기가 만료되면 예술감독을 교체하는 것을 관례처럼 여기는 정부의 풍토다.

지난 10월 자신이 안무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선보이기 위해 내한했던 세계적인 안무가 마르시아 하이데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약 20년 넘게 슈투트가르트발레단 감독을 지냈고 2004년부터 산티아고발레단에 몸담고 있는 하이데는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발레단을 만들려면 10년은 걸린다"고 했다. 무조건 감독을 교체하는 것이 국립예술단 발전을 위한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두 예술단체 상황과 별개로, 정권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돼온 문화계 인사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뀔 당시 다른 성향에 따른 보복 인사가 난무했다.

현재 문화계 인사들은 '비선실세' 조직과 가깝다는 인식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안성수 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이 시국에 임명됐다는 이유로 지금 정부 '문화 황태자'로 통한 차은택과 관련이 없음에도, 애꿎게 연관설에 시달려야 했다.

공연계 관계자는 "국립극단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던 한 인사는 차은택과 가깝다는 의심을 받은 이후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상 정권마다 국립예술단체 수장에 대해 낙하산 운운하는 시비는 있었지만, 안 감독의 예에서 보듯 현재 문체부가 어떤 결정을 해도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정권과 상관 없이 국립예술단체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방안과 자율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 대두되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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