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할머니까지 기부… 최고 예술가 불렀다

입력 : 2016.11.29 03:00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성공 비결, 회장·예술감독에게 들어보니]

①작은 배역도 최고 실력자 불러
②청중이 원하는 공연 올려
③그림 같은 중세 유럽의 풍경
④기업 후원서 주민의 기부까지

해마다 여름이면 세계 80여개국에서 클래식 애호가 25만명이 오스트리아의 소도시 잘츠부르크에 찾아와 한 달여 내내 오페라와 연극, 음악회를 관람한다. 독일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함께 유럽의 대표적 여름 축제로 손꼽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실제 주인공인 '트랩 가족 합창단'이 1935년 이 축제 일부인 민속음악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해 더 잘 알려졌다.

1920년 시작된 페스티벌은 1924년·1944년 두 해만 빼곤 매년 열려 2020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지난주 방한한 헬가 라블 슈타틀러(68)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회장과 마르쿠스 힌터호이저(58) 예술감독에게 100주년을 앞둔 축제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언덕 위에 솟아오른 호엔잘츠부르크 성 너머로 선선한 어둠이 밀려오면 카피텔 광장은 야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감상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언덕 위에 솟아오른 호엔잘츠부르크 성 너머로 선선한 어둠이 밀려오면 카피텔 광장은 야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감상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①"지금 이 순간 최고를 찾아라"

22년째 축제를 이끌고 있는 라블 슈타틀러 회장은 "가장 실력 있는 연주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작품만 골라 내놓는다"고 했다. 인재를 찾는 전통엔 명(名)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있다. "잘츠부르크 출신으로 1956년부터 5년간 예술감독을 했던 카라얀은 아무리 작은 배역도 전 세계에서 최적의 사람을 찾아내 모셔왔다"는 것.

고전적인 해석에서 실험적 작품까지 스펙트럼은 넓고 다채롭다. 힌터호이저 예술감독은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는 인기작이지만 잘츠부르크에선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내년이 1979년 이후 두 번째 무대"라며 "이란의 영화감독 겸 비디오 아티스트인 시린 네샤트가 연출한다. 네샤트의 첫 오페라 연출"이라 했다. 지난해 축제에 오페라 '에르나니' 주역으로 깜짝 데뷔했던 소프라노 여지원(36)이 세계 정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나란히 주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②"청중이 주인공이다"

1차 대전 이후 가치관의 붕괴, 정체성 상실로 고통받던 유럽 사람들은 1920년 8월 22일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 광장에서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이 올린 연극 '예더만'을 통해 마음에 안식을 얻었다. 예기치 못한 죽음에 직면한 예더만이 선행과 신앙을 통해 구원받는 과정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예술'이라는 신념을 얻었던 것. 라블 슈타틀러 회장은 "청중이 원하는 걸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3일 광화문에서 만난 헬가 라블 슈타틀러 회장(왼쪽)과 마르쿠스 힌터호이저 예술감독. /이진한 기자
지난 23일 광화문에서 만난 헬가 라블 슈타틀러 회장(왼쪽)과 마르쿠스 힌터호이저 예술감독. /이진한 기자
③"유럽의 심장… 아름다운 중세 골목"

알프스의 만년설과 뾰족한 첨탑들 사이로 그림같이 흐르는 강. 2차대전 당시 잘츠부르크는 군대 주둔지가 아니어서 폭격을 피했다. 해 질 녘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올려다 보이는 카피텔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오페라와 발레를 감상하는 경험은 이 축제의 백미다.

④기업·개인 소액 후원이 축제의 힘

올해 축제의 전체 예산은 6169만유로(768억원), 그중 절반인 3000만유로(374억원)가 티켓 수입이었다. 연방정부와 잘츠부르크 주와 시 정부, 관광공사가 1600만유로(199억원)를 지원했고, 기업체는 900만유로(112억원)를 후원했다. 나머지 669만유로(83억원)는 광고나 미디어 판권, 개인들이 낸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라블 슈타틀러 회장은 "정부 지원만큼 개인 소액 후원자도 소중하다. 동네 할머니들은 용돈을 쪼개서 1유로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기부를 한다"고 했다. "예술을 향유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 생각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음악 축제'를 만들어 잘츠부르크가 얻은 결실은 무엇일까? '증폭 효과'다. 축제를 중심으로 한 해 평균 650만 관광객이 찾아와 200만박 이상 호텔에 머문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로, 대형 음료 회사 레드불과 선박 부품회사 가이스링거의 본사가 있다. 축구 클럽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홈구장 레드불 아레나도 있다. 올해 축제가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3억유로(3739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잘츠부르크까지 가지 않아도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인터넷 공연 채널 메디치TV(www.medici.tv)를 통해 인기 프로그램을 공짜로 볼 수 있고, 영화관 메가박스도 대표적 오페라 작품을 '라이브 중계'한다. 내년 프로그램은 홈페이지 참조 www.salzburgfestival.at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