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건 그림? 빌린 겁니다

입력 : 2016.11.22 00:26

- 미술품 대여 서비스 인기
사는 것보다 저렴… 교체 가능해… 집 분위기 맞춰 큐레이터가 추천

"그림 사려니 한두 푼도 아닌 데다가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가 집 분위기하고 안 맞으면 곤란하잖아요. 무턱대고 모험할 순 없어서 대여를 택했어요."

회사원 박근영(35)씨는 최근 집 안방에 추상화 한 점을 걸었다. 갤러리에서 구입한 게 아니라 미술품 대여 서비스 업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3개월간 빌려 왔다. 15만원쯤 들었다.

그림은 좋아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거나 그림은 걸고 싶지만 스스로 안목에 자신이 없는 이들이 미술품 대여 서비스로 몰리고 있다. 최근 집 꾸미기 열풍과 맞물려 그림으로 집을 꾸미려는 이들이 늘면서 그림 대여는 더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림 대여 서비스로 빌린 그림으로 연출한 거실. 그림 대여 서비스 업체들엔 대개 전문 큐레이터가 있어 집 분위기에 어울리는 작품을 추천해 준다. /오픈갤러리
그림 대여 서비스로 빌린 그림으로 연출한 거실. 그림 대여 서비스 업체들엔 대개 전문 큐레이터가 있어 집 분위기에 어울리는 작품을 추천해 준다. /오픈갤러리
오픈갤러리, 아트브런치 등 온라인 미술품 대여 웹사이트도 있고, 서울예술재단에서도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작품은 주로 국내 작가의 유화, 사진, 조각 등이다. 서울예술재단은 6개월간 작품 한 점을 빌려준다. 매달 작품 가격의 1%씩 내면 된다. 아트브런치는 1년에 33만원 회비를 내면 2개월마다 그림을 교체해 준다. 오픈갤러리는 한 달에 3만~20만원을 내고 3개월 동안 빌릴 수 있다.

담당 큐레이터에게 취향이나 집 분위기를 알려주면 공간 특성에 맞춰 작품을 추천해 준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도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다. 두 차례 그림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이시현(38)씨는 "남편과 딸이 새로운 그림을 보고 새집에 온 것 같다며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 자신 또한 '힐링'을 얻게 된다"며 "그림 하면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림과의 거리가 확실히 좁아진 것 같다"고 했다. 최은미(29·회사원)씨는 "큰 작품을 집에 걸고 싶었지만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포기했다. 그림 대여는 크더라도 가격이 적절하다 보니 자취생이자 월급쟁이인 나도 집에 그림을 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정 작가들에게 편중된 미술 시장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방편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오픈갤러리 관계자는 "기존 미술 시장은 갤러리 중심으로 유통 채널이 형성됐기에 소수의 자산가와 유명 작가들만의 리그일 뿐 다수의 대중과 작가들은 소외돼 있었다"며 "유명하지는 않지만 젊고 역량 있는 작가들을 알릴 기회인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선 합리적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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