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문체부 직원들 三重苦…자괴·불안·허탈감

입력 : 2016.11.11 10:06
문화체육관광부에게 11월은 잔인한 계절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차은택의 국정농단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문화융성 시대' 기치를 내걸고 분주히 뛴 결과는 참담하다. 장관부터 문화융성 사업까지 '최순실·차은택'에 휘둘린 꼴이 됐다. 문체부 공무원들은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벌려놓은 일은 많고, 내년에 추진해야할 사업도 산더미다. 특히 '감'(感)떨어져 '일을 할 수도, 안 할수도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자괴감(自愧感)

직원들은 특히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괴감에 빠져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예전보다 덜해졌만 사무관들에게 문체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대표적인 인기 부서였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엘리트들에게 꿈으로 통했다. '문화융성'을 옆에서 돕는다는 자부심도 강했다. 하지만 최순실·차은택으로 인해 많은 문화사업이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 부서에서 일했다는 것에 스스로 부끄럽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관계자 A는 "문화융성이라는 말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문화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지원해준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문체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는 최근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토론회에서 "예전에는 문체부가 엘리트 행정 사무관들이 오고 싶어했던 부서인데 최근의 사태로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불안감(不安感)

"매일 어디서 어떤 뇌관이 터질 지 모르니 너무 불안하다." 문체부 관계자의 고백이다. 앞서 큰 폭탄을 떠안았던 만큼 무덤덤해질 법도 한데, 다른 정부 조직보다 감수성이 많은 문체부 직원들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포털 기사를 쳐다보는 것도 두렵다고 했다. 문체부에 대해 좋지 않은 말들만 나오니, 한동안 SNS를 끊었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허탈감(虛脫感)

가장 큰 고난은 허탈감이다. 최순실·차은택 개입을 알지 못했던 직원들은 의욕적으로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인데, 유야무야되는 것에 상당수 힘이 빠져 있다.

문체부가 '최순실 예산' 892억원을 자진 삭감하는 내용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직원들 스스로 죄인이 된 듯한 기분에도 사로잡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과 정관주 제1차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언론의 의혹 제기가 나오면서 각종 사업 추진의 동력도 잃은 상황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에 장관이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식적인 행사를 계속 미뤄온 한 기관은 오히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조 장관과 정 차관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했다.

관계자 B는 "하루 빨리 모든 의혹이 정리되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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