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의혹 예산, 줄여도 2500억

입력 : 2016.11.09 00:22

- '최순실·차은택 예산' 사업 조정안]
내년 원래 예산서 26% 줄였지만 올해와 비교하면 615억 늘어나
"별문제 없는 사업" 큰소리도

이른바 '최순실·차은택 예산'은 줄이고 줄여도 여전히 2500억원이 남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최·차씨와 관련된 예산이라는 의혹을 받는 사업에 대해 자진 삭감에 나섰으나, 문화창조융합벨트와 국가 브랜드 개발, 아리랑 핵심 콘텐츠 개발 등 최순실씨 기획안에 등장하는 주요 사업은 여전히 존속해 큰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이런 사업에 대해 대부분 "문제가 없으나 의혹 때문에 삭감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4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 제출한 '문제 사업 예산 조정안'을 통해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 41건의 내년 예산 3385억7000만원 중 28건 892억7000만원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사업 예산의 26.4%를 줄인 것으로, 지난 4일 731억7000만원이라고 밝힌 삭감액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예산이 삭감되는 주요 사업은 문화창조벤처단지 구축 운영(555억원 중 192억원 삭감), 문화창조융합벨트 글로벌 허브화(169억원 중 145억원), 스포츠 산업 펀드 조성(300억원 중 100억원), 문화창조아카데미 조성 및 운영(309억원 중 51억원) 등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 등을 포괄한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최순실씨가 2014년 기안한 문건의 '문화창조센터'에서 확장된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동계 스포츠 영재 선발 육성 지원', K스포츠재단 관련설이 나오는 '태권도 시범 해외 공연 사업 지원' 등 일곱 항목은 일단 내년 예산에서 빠졌다.

하지만 삭감되고 남은 이 사업들의 내년 예산 2493억원은 올해 예산 1877억원7000만원에서 615억3000만원(32.8%)이나 증액된 액수다. 이 중 문화창조융합벨트 관련 예산은 743억원이다. 역시 최순실씨의 메모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K팝 공연장 리모델링(233억원)과 지역 거점형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98억원) 등 다섯 항목의 예산은 깎지 않았다.

문체부는 함께 제출한 '문제 사업 점검 및 조치 계획' 문건 중 대부분 항목에서 "문제가 될 소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언론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 "일부 의혹이 있으나 일부를 도려내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별문제가 없는 사업이지만 언론에서 지적하니 어쩔 수 없이 삭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4년 8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 문화창조융합벨트, 국가 브랜드 등의 사업이 대표적 '문화 융성 사업'으로 포장돼 막대한 예산이 편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문체부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장관 취임은 2014년 4월 최순실씨 측이 자체적으로 '문화 융성' 관련 예산안을 짠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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