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승급 듣고, 펑펑 울었어요"

입력 : 2016.11.07 10:08
"소식을 듣자마자 펑펑 울었어요. 노심초사하며 승급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시험 때문에 한 끼도 못 먹어서 가장 친한 친구랑 우동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힘들어 루브르 박물관 근처를 걷고 있었죠. 그 때 메일로 결과를 확인했는데…. 친구와 함께 펑펑 울었어요."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제1무용수로 승급한 발레리나 박세은(27)의 6일 전화 통화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설렘과 감격이 함께 묻어났다.

박세은은 전날 승급 시험 결과 이 발레단의 프리미에 당쇠즈(제 1무용수)로 승급됐다. 아시아 무용수가 347년 역사를 자랑하는 발레단이자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영국 로열 발레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수석무용수가 된 것은 그녀가 처음이다.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뒤 5년 만에 거둔 쾌거다. 2007년 스위스 로잔콩쿠르 1위, 2009년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 금상을 비롯해 한국에서 해외 콩쿠르를 휩쓸며 '발레 신동'으로 통한 박세은은 국립발레단 등에서 주역을 맡았다.

이후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다시 군무로 새 경력을 시작했다. 2013년 11월 독무가 가능한 쉬제로 승급했고, 2014년 말 발레 '라 수르스(La Source)'에서 주인공 '나일라'를 연기하며 주역으로 나섰다. 2015년 클래식 발레의 상징인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호평 받았다. 힘겨운 시간도 보냈다. 그해 연습 도중 얼굴 부상을 당했고 유력하던 프리미에 승급 시험 역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이번 승급 심사 역시 쉽지 않았다. 연말에 공연을 앞둔 '백조의 호수' 연습 등을 병행하는 강행군으로 3주 넘게 고생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떨리기도 하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임했다"고 특유의 상큼한 긍정에너지를 뿜었다. "이번 승급 심사 한번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후에도 평상시에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죠."

국립발레단 막내 단원 이은서 등 박세은은 수많은 후배 발레리나들이 롤모델로 꼽는 무용수다. 안정된 기술은 물론 무대 위에서 표현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예쁘장한 외모로 스타성까지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책임감보다는 기대와 희망이 더 커요. 군무를 병행하다가 이제 주역에만 집중하니, 더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특히 개인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뮤지컬, 콘서트, 오페라 등을 보며 다양한 영감과 지식을 쌓고 싶죠."

출연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이번 승급 시험 과제였던 '돈키호테'를 꼽았다. 2018년 파리오페라발레단 레퍼토리 중 하나다. "돈키호테에 출연할 수 있을 지 테스트를 하신 것 같은데 기회가 주어지면 감사할 뿐"이라는 겸손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원들의 최고봉은 에투왈(수석무용수 중 최고 스타)이다. 프리미에까지는 승급 시험을 거치지만 에투왈은 예술감독, 이사회 등의 논의를 통해 정한다.

박세은은 "그 자리는 감히 생각을 못한다"고 손을 내저었다. "프리미에 당쇠즈로 커리어를 마감해도 너무 행복할 거예요. 그 자리는 엄청 높은 위치거든요. 에튀왈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 제 스스로 더 발전된 모습,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박세은은 앞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느끼고 배운 것을 한국의 수많은 후배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마스터 클래스에 종종 참여했다는 그녀는 "제가 일방적으로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도 많아 주고받을 수 있다"며 "저 역시 더 성장할 것 같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realpaper7@newi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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