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가 걸어나왔다, 반세기 잊힌 사진 속에서

입력 : 2015.04.07 03:01

['매그넘' 첫 사진전 그대로… 한미사진미술관 '매그넘스 퍼스트'展]

戰後 풍경 등 1950년대 모습 담긴 브레송·카파 등의 작품 83점 전시

흑백 사진 속, 마하트마 간디(1869~1948)가 두 증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온다. 촬영 날짜는 1948년 1월 30일. 힌두-무슬림 간 화해를 촉구하는 단식을 막 끝낸 참이었다. 79세의 간디는 늘 참석하는 기도회에 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그는 힌두교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암살당한다. 두 증손녀와 함께 찍힌 이 사진은 간디의 생전 마지막 모습으로 기록됐다. 당시 인도를 방문해 취재 중이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이 찍었다.

1948년 단식을 마치고 두 증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간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사진으로 몇 시간 뒤 간디는 암살당했다. 간디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다.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1948년 단식을 마치고 두 증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간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사진으로 몇 시간 뒤 간디는 암살당했다. 간디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다.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1940~50년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진들이 한국에 왔다.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지난 4일 개막한 '매그넘스 퍼스트(Magnum's First)'전. 1947년 창립된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의 첫 전시회인 '시대의 얼굴'전 출품작들이다. 이 전시는 1955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오스트리아 5개 도시를 순회했다. 브레송과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 종군사진가인 로버트 카파(1913~1954)를 비롯해 매그넘 초창기 회원 8명의 작품 83점이다.

이 작품들은 반세기 동안 까맣게 잊혀 있었다. 지난 2006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주재 프랑스문화원 지하 창고에서 낡은 나무 상자 두 개가 발견됐다. 50년 전 대가들이 찍은 사진 작품이 그 안에 먼지 덮인 채 쌓여 있었다. 1955~56년 순회전을 마친 후 작가에게 돌아가지 않고 방치됐던 것. 83장의 흑백 사진은 조각난 컬러 합판에 붙어 있었고, 작가들이 손으로 직접 쓴 소개글과 명판, 전시 포스터와 설명서까지 있었다. 사진들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 과정을 거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프랑스와 스페인 경계에 있는 바스크 지방의 마을 축제 풍경을 담은 로버트 카파의 사진. 1951년.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9년 전 발견된 매그넘 거장의 사진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헝가리를 거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시의 중심은 브레송의 흑백 사진 연작. 간디의 생전 마지막 모습과 장례식 과정 모두를 18장의 시리즈로 담았다. 스위스 출신의 포토 저널리스트인 베르너 비쇼프(1916~1954)의 원판 사진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캄보디아에서 촬영한 토착민의 뒷모습, 페루의 피리 부는 소년 등이 펼쳐진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계에 있는 바스크 지방의 마을 축제 풍경을 포착한 로버트 카파의 사진들도 색다른 감흥을 준다. 축제를 즐기는 시골 사람들의 편안한 표정에서 전장(戰場) 사진들과는 다른 카파의 새로운 시선을 읽을 수 있다.

1950년대를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잉게 모라스가 찍은 런던 연작은 당시 런던 상류층 사람들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자신의 고향 빈의 어린아이들을 포착한 에리히 레싱, 전후 크로아티아 달마티아의 삶을 보여주는 마크 리부의 연작까지, 당시 세계 곳곳의 초상을 담은 역사적 기록들이다. 8월 15일까지. (02)418-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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