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17 15:47
●전시명: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
●기간: 7. 8 ─ 8. 23
●장소: 호리아트스페이스(삼청로 7길 11)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는 김남표 작가의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시도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요동치는 파도의 리듬과 흩뿌려진 추상의 흔적이 공존하는 대형 캔버스 위에서, 김남표는 어느 한쪽으로도 쉽게 기울지 않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회화적 사유를 이어간다.
작가는 '바다'라는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단순한 풍경을 넘어서, 회화 행위 그 자체에 접근한다. 재현과 감각, 물성과 사유의 경계에서 그는 끊임없이 묻는다. “회화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본다고 말할 수 있는가?” 김남표의 화면 위에 내려앉은 색채의 파편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응답이자, 해석이 아닌 감각으로 말하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는 해석을 유예하고, 감각의 층위에서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작가의 화면은 형상을 암시하면서도 이내 사라지고, 색과 선은 명확한 지시 없이도 정서적 울림을 자아낸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실험이 아닌, 감각 중심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려는 작가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해석보다 감각, 설명보다 지각을 우선하는 그의 회화는 단지 시각적 체험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에게 사고의 공간을 열어둔다.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는 2024년 성남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열린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Painting?》 전시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당시 '바다'와 '산'을 통해 회화의 양면성과 감각의 가능성을 탐색했던 흐름이 이번 전시에서 보다 응축되고 깊어진 형태로 이어진다. 김남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경험이란 것이 온전히 재현될 수 없음을 전제하면서도, 그 불가능성 안에서 회화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다. 회화라는 오래된 장르 안에서 여전히 낯설고도 강력한 사유의 장을 제시하려는 그의 시도는, 현대 회화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이어진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