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세밀화(細密畵)'를 아세요?

입력 : 2014.06.26 03:01   |   수정 : 2014.06.26 09:35

영국 세계대회 2년 연속 최고상… 高大 식물학 박사과정 신혜우씨

신혜우씨가 영국 보태니컬 아트쇼에 낸‘참나무겨우살이’와‘야고’그림을 설명하며“이 아이들 캐러 한 달 동안 제주도도 가고 하늘공원도 갔다”고 했다. 신씨가 손에 든 것은 실제 참나무겨우살이 표본. /성형주 기자
신혜우씨가 최근 영국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는 '보태니컬 아트(식물 세밀화)쇼'에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상을 받았다. 보태니컬 아트는 씨앗·열매·꽃·잎·줄기·뿌리 등 식물 각 기관을 관찰해 그리는 세밀화다./성형주 기자
이 화가는 작업할 때 현미경부터 챙긴다. 식물을 5~60배로 확대해 관찰한 뒤, 털 몇 가닥뿐인 0호짜리 세필(細筆)로 그린다. 현지에서 캐온 식물을 냉장고 야채 칸에 보관하며 상대적으로 빨리 시드는 꽃부터 잎, 그리고 줄기 순으로 그려낸다. 눈대중은 통하지 않는다. 현미경으로 본 그대로 정확한 배율로 옮기고, 꽃의 색칠은 낮 1~2시 자연광 아래에서 한다. 그림 한 점에 싹을 틔우고 시들기까지 한 식물의 생애가 다 들어가야 한다.

신혜우(29)씨가 최근 영국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는 '보태니컬 아트(식물 세밀화)쇼'에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상을 받았다. 보태니컬 아트는 씨앗·열매·꽃·잎·줄기·뿌리 등 식물 각 기관을 관찰해 그리는 세밀화다. 1804년 설립된 RHS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원예협회다. 한국인 수상자는 신씨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그는 고려대에서 식물분자계통학 박사 과정 중인 식물학자다.

"대학 2년 때 '보태니컬 아트' 개념도 모르고 식물 연구하려고 그리다 보니 시작하게 됐어요. 과학성과 예술성 둘 다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식물학자 출신인 아티스트는 세계적으로 몇 안 돼요."

그는 박사 논문을 쓰는 틈틈이 희귀 기생식물을 찾아 전국을 돌고 있다. 이번 아트쇼엔 '한국의 기생식물'을 주제로 6점을 냈다.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개종용을 그리려고 한림대 연구원에 부탁해 택배로 씨앗을 받고, 열매는 경희대 대학원에서 공수했다. 꽃은 금세 녹듯 없어지기 때문에 지난달에야 잠깐 구경했다.

"그림 자체보다 채집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더 걸려요. 식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림이 왜곡되거든요. 희귀종을 그리면 관련 논문을 쓴 학자에게 보내요. 특징을 정확히 그렸는지 검증받고 싶은 거죠."

그의 목표는 한국 식물 3500종을 모두 그리는 것이다. 학업과 병행하느라 9년간 50점 정도 그렸다. 이 작품들은 오는 9월 인천 영종도도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 일반인에게 선보이고 싶어요. 요즘은 독도의 식물 씨앗 40종을 그리고 있어요. 내년 열리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전시에 나가는데 눈코 뜰 새 없네요."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