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08 03:02
| 수정 : 2014.04.08 06:23
[개인전 '더 클래식' 여는 화가 이원희]
朴대통령부터 김용건 父子까지… 25년간 정·재계, 문화계 인사 그려
초상화, 사진엔 없는 사람 온기가 있어… '영정사진'으로 여기는 풍토 안타까워
중견 화가 이원희(58)는 대학원 시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서직수 초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백색 도포를 입고 선 선비의 형형한 눈빛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조선 후기 초상화의 대표작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뛰어난 사실적 초상화가 있었는데 우리 시대에는 왜 없을까 의구심을 갖게 됐지요. 이당 김은호 선생이 고종 어진(御眞)을 수묵으로 그렸고, 나중에 유화로 자화상을 그렸는데, 유화는 도저히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어요. 서양 회화가 도입되면서 유화 재료가 지닌 특질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지요. 결국 재료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씨는 1990년대 중반 학생들과 함께 러시아 레핀스쿨로 연수를 가면서 초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5년째 그린 초상화만 500점 안팎이다. 그는 "사람 손만이 담을 수 있는 온기를 사진은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11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원희 개인전 '더 클래식(The Classic)'은 초상화 유화 50여 점과 풍경화, 크로키 등 80여 점을 선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남재현 한국크리버 회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그룹(MPK) 회장, 재불화가 이성자(작고), 건축가 승효상, 배우 김용건·하정우 부자 등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의 초상화가 두루 걸렸다.
이씨는 1990년대 중반 학생들과 함께 러시아 레핀스쿨로 연수를 가면서 초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5년째 그린 초상화만 500점 안팎이다. 그는 "사람 손만이 담을 수 있는 온기를 사진은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11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원희 개인전 '더 클래식(The Classic)'은 초상화 유화 50여 점과 풍경화, 크로키 등 80여 점을 선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남재현 한국크리버 회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그룹(MPK) 회장, 재불화가 이성자(작고), 건축가 승효상, 배우 김용건·하정우 부자 등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의 초상화가 두루 걸렸다.

이씨는 "초상화는 내공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했다. 인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작가는 많지만 인물의 내면까지 화폭에 옮겨 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시대 전신사조(傳神寫照·인물의 생김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초상화에 그려내는 것)의 전통을 서구 고전주의 초상화와 접목시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씨는 "러시아 미술이 갖는 웅혼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지만, 껍데기만 그리는 게 아니라 내면까지 끄집어낸다는 본질에서는 조선시대 초상화와 같다"고 했다.
내면까지 표현하기 위해 그는 모델을 직접 만나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붓을 든다. 박근혜 대통령의 초상은 대통령 당선 전인 2009년 세 번 만나 촬영했던 사진을 토대로 그렸다. 배우 김용건·하정우 부자는 각자 스케줄 때문에 바빠 한자리에서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대화를 시작하니 금방 자연스러운 포즈가 나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2009년 작고한 이성자 화가의 초상화는 독특한 구도가 눈길을 끈다. 마치 화가가 젊은 시절의 흑백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것처럼 그렸지만, 이씨는 생전에 화가를 만난 적이 없다. 두 개의 사진을 오버랩해서 그린 것. 초상화를 본 유족들이 "뭉클하다"고 할 정도로 화가의 생전 모습을 잘 포착해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1월 영국을 국빈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함께 있는 장면도 화폭에 옮겼다. 청와대에서 받은 사진을 토대로 그렸다. "2009년 김영삼 대통령 초상화 작업을 하면서 청와대를 몇 번 가보니 썰렁하더군요. 증명사진 같은 역대 대통령 초상화만 걸려 있는 게 전부였어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그린 기록화가 있으면 국빈이 방문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는 "외국의 유명 미술관에 가면 70~80%는 초상화인데, 우리는 초상화 하면 영정 사진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02)720-1020
내면까지 표현하기 위해 그는 모델을 직접 만나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붓을 든다. 박근혜 대통령의 초상은 대통령 당선 전인 2009년 세 번 만나 촬영했던 사진을 토대로 그렸다. 배우 김용건·하정우 부자는 각자 스케줄 때문에 바빠 한자리에서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대화를 시작하니 금방 자연스러운 포즈가 나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2009년 작고한 이성자 화가의 초상화는 독특한 구도가 눈길을 끈다. 마치 화가가 젊은 시절의 흑백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것처럼 그렸지만, 이씨는 생전에 화가를 만난 적이 없다. 두 개의 사진을 오버랩해서 그린 것. 초상화를 본 유족들이 "뭉클하다"고 할 정도로 화가의 생전 모습을 잘 포착해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1월 영국을 국빈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함께 있는 장면도 화폭에 옮겼다. 청와대에서 받은 사진을 토대로 그렸다. "2009년 김영삼 대통령 초상화 작업을 하면서 청와대를 몇 번 가보니 썰렁하더군요. 증명사진 같은 역대 대통령 초상화만 걸려 있는 게 전부였어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그린 기록화가 있으면 국빈이 방문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는 "외국의 유명 미술관에 가면 70~80%는 초상화인데, 우리는 초상화 하면 영정 사진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