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보 'Salvo, in Viaggio'

  • 박민선 에디터

입력 : 2025.06.04 17:26

●전시명: 'Salvo, in Viaggio'
●기간: 5. 29 ─ 7. 12
●장소: 글래드스톤 서울(삼성로 760)
Tre Colonne, 1990, Oil on canvas, 90x70cm. /글래드스톤 서울
Ottobre, 1999, Oil on canvas, 60x50cm. /글래드스톤 서울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이탈리아의 대가 살보(Salvo, 1947-2015)의 회화를 선보이는 개인전 《Salvo, in Viaggio》를 오는 5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개최한다. 살보 재단(Archivio Salvo)과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실현된 이번 전시는 살보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며 목격했던 실제 풍경과 상상 속의 환경을 묘사한 작품들로 구성되며, 1988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제작된 작업들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 작가가 생전 먼 타지까지 여행을 즐겨 다닌 만큼 작가의 여행기가 그의 회화 및 전반적인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동시에 기억, 현실, 상상 간의 상호 관계에 대한 고찰을 제공한다. 
 
살보(Salvo, 본명 Salvatore Mangione)는 이탈리아가 정치 사회적 혼란으로 얼룩졌던 시대에 토리노(Turin)에서 시작된 이탈리아 대표 미술사조인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와 함께 미술계에 등장했다. 초창기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개념미술에 전념하며 실험을 거듭하던 작가는 1973년을 기점으로 구상회화로 작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가의 회화 연작 〈d’après〉에서는 미술사적 요소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이어 작가는 1976년부터 선명하게 채색된 각양각색의 풍경들을 본격적으로 화면에 묘사하며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와 카를로 카라(Carlo Carrà)와 같은 아방가르드 선구자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때 제작된 살보의 관찰 드로잉(observational drawing), 습작, 그리고 회화는 시간의 흐름 및 기억과 같이 보다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며 작가의 샘솟는 호기심과 이경(異境)에 대한 탐험심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살보의 작품세계는 첨탑(minaret)  등의 건축물을 다룬 ‘오토마니아(Ottomania)’,  고대 기둥과 고고학 유적지를 다룬 ‘카프리치(Capprici)’, 사계절의 산고개를 묘사한 ‘밸리(Valli)’, 지중해의 풍경을 담은 ‘메디테라네이(Mediterranei)’와 같이 작가가 즐겨 그리던 다양한 주제로 분류된다. 
 
Aprile, 2007, Oil on panel, 40.3x30.5cm. /글래드스톤 서울
 
전 세계 곳곳의 유적지와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된 풍경을 묘사한 작업들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여행이 살보의 회화에 끼친 장기적인 영향을 직관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되짚는다. 살보는 1969년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영감을 받기 위해 꾸준히 여행지를 찾아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완성된 작업들은 특히 작가가 머물렀던 장소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은 보통 화면에 포착된 현지 건축 양식 또는 토착 식물의 형태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실제로 작가는 1974년 오랜 친구인 알리기에로 보에티(Alighiero Boetti)와 모로코를 방문하고 약 10년간 그리스, 터키, 구(舊)유고슬라비아 영역을 여행한 뒤로 ‘오토마니아’ 작업의 주요 모티프로 첨탑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토마니아’는 작가가 창조한 신조어로, 주로 시칠리아, 노르만, 아랍 양식이 결합된 교회 건축물이 다양한 시간대에 묘사된 작업들을 가리킨다. 살보의 여행은 1990년대에도 이어졌으며, 작가는 이 시기 동안 유럽 전역은 물론 오만, 시리아, 티베트, 네팔 등의 국가를 방문하며 다양한 작업들을 완성한 바 있다. 한편, 살보는 말년에 자신이 오래도록 방문하길 소망했던 우즈베키스탄의 도시 키바(Khiva)를 모티프로 한 작업 〈Khiva〉(2015)를 제작하기도 했다. 
 
'Salvo, in Viaggio'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서울
'Salvo, in Viaggio'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서울
 
단순화된 형태로 정제된 이러한 풍경들은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살보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재해석되며오랜 기간 전 세계 컬렉터 및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어왔다. 이번 전시 역시 다양한 지리적·문화적·시간적 차원들을 오가는 작품들을 통해 이탈리아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살보의 고유한 유산을 조명할 예정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