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서울 40萬' 감동 안고… 국보급 名畵 100점 港都(항도)에 걸리다

입력 : 2014.04.08 03:00   |   수정 : 2014.04.08 10:00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

-근현대회화 부산展 개막
"작품 대부분이 부산은 초행" 보험價 총액만 1000억 넘어
박수근 '두 여인' '우물가' 등 서울展엔 없었던 7점 추가돼

"이중섭 선생하고 범일동에서 술 먹던 기억이 선합니다. 선생은 저세상으로 가고 이렇게 작품으로 반세기 만에 다시 만나네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원로 화가 김봉진(88) 화백은 이중섭의 '황소' 앞에 서서 깊은 회상에 빠져들었다. 김 화백은 "부산이 미술의 불모지였는데 6·25 때 이중섭·천경자 같은 작가들이 피란 와서 활동하면서 예술 수준이 높아졌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그들의 그림을 한꺼번에 보니 그 시절 추억이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했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울에서 관람객 40만 명을 감동시킨 한국 근현대회화 거장(巨匠)의 작품들이 7일 벚꽃 흩날리는 항도(港都) 부산에 도착했다. 조선일보사가 부산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여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이 이날 해운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은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에서 관람객 40만 명을 기록해 한국 회화전으로는 최다 관람객 신기록을 썼다.

"참 정감 있네요"… 부산에만 선보이는 박수근의 '우물가' -“참 그림이 정감 있네요. 어릴 때 살던 초가 생각도 나고.”7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 개막식에서 관람객들이 박수근의‘우물가’를 관람하고 있다. 우물가는 부산전에서 새로 선보인 작품이다. 앞줄 오른쪽 둘째부터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 이금형 부산경찰청장, 허남식 부산시장, 변용식 조선일보 발행인, 김석조 부산시의회 의장. /남강호 기자
"참 정감 있네요"… 부산에만 선보이는 박수근의 '우물가' -“참 그림이 정감 있네요. 어릴 때 살던 초가 생각도 나고.”7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 개막식에서 관람객들이 박수근의‘우물가’를 관람하고 있다. 우물가는 부산전에서 새로 선보인 작품이다. 앞줄 오른쪽 둘째부터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 이금형 부산경찰청장, 허남식 부산시장, 변용식 조선일보 발행인, 김석조 부산시의회 의장. /남강호 기자
“참 그림이 정감 있네요. 어릴 때 살던 초가 생각도 나고.”7일 부산 해운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 개막식에서 관람객들이 박수근의‘우물가’를 관람하고 있다. 우물가는 부산전에서 새로 선보인 작품이다. /남강호 기자
이번 전시에는 1920~1970년대를 풍미한 한국 작가 57명의 대표작 100점이 내걸렸다. 이중섭의 '황소'(1953년경), 박수근의 '빨래터'(1954년), 천경자의 '길례언니'(1973년) 등 교과서에 실려 어릴 때부터 봐온 한국의 명화가 총출동했다. 출품작 보험가 총액만 10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전시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국보급인 이 명화 대부분이 부산 나들이는 초행"이라고 했다.

이날 부산 전시에선 박수근 '두 여인'(1969년대), '우물가'(1953년), 장욱진 '물고기'(1959년), 김인승 '봄의 가락'(1942년), 도상봉 '명륜당'(1933년), 김환기 '십만개의 점'(1973년) 등 서울 전시에서 출품되지 않았던 작품 7점이 새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참석한 관계자들은 대형 캔버스 두 폭을 연결해 만든 김인승의 '봄의 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쟁으로 활동이 주춤했던 박수근이 1953년 국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계기가 됐던 '우물가', 김환기가 세상을 뜨기 1년 전인 1972년에 제작한 '십만개의 점'에 쏠린 관심도 뜨거웠다.

개막식에는 부산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오수연 부산미술협회 이사장은 "이런 수준 높은 대형 전시가 부산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라 부산 문화계가 들썩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은 "허남식 부산시장이 서울 전시를 보고 반드시 부산 시민들도 이 전시를 봐야 한다고 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며 "부산·경남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 분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윤남순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조창현 신세계 상무, 김석조 부산시의회 의장, 임혜경 부산광역시교육감, 이금형 부산경찰청장, 김봉진 화백, 오수연 부산미술협회 이사장, 변용식 조선일보 발행인 등 모두 300여명이 참석했다.



해당 기사의 키워드 목록 :
오늘의 세상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