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근현대 미술 싹튼 부산으로 巨匠들이 돌아온다

입력 : 2014.04.03 03:02   |   수정 : 2014.04.03 03:28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부산전, 8일부터 부산시립미술관서 열려]

韓銀에 있던 김인승 '봄의 가락'과 박수근 '우물가', 장욱진 '물고기' 등
서울展에 출품 안 된 7점 선보여… 김기창 '예수의 생애'도 특별 전시

부산은 우리 근현대 미술의 씨앗을 뿌린 도시이다. 동양의 수묵이 중국으로부터 전래했다면, 개항 무렵 근대 서구의 유화가 국내에 유입된 경로는 일본인데 그 관문이 부산이었다. 전쟁 통에 단절될 뻔한 우리 예술의 맥을 끈질기게 이어온 곳 역시 부산이다. 이중섭·박고석·김환기·구본웅 등 많은 작가가 6·25 때 부산으로 피란 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 미술을 만개시켰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6·25 때 부산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인 동시에 문화예술의 종착지였다"며 "작가들은 광복동과 중앙동 일대에 모여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의 꽃을 화려하고 탐스럽게 피워냈다"고 했다.

우리의 명화들이 한국 근현대 미술의 잉태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부산을 찾아간다. 서울에서 4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 '국민 전시'로 자리매김한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이 8일부터 7월 6일까지 3개월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중섭의 '황소'(1953년경), 박수근의 '빨래터'(1954년), 김환기의 '산월'(1958년), 천경자의 '길례언니'(1973년) 등 교과서에 실려 어렸을 때부터 봐온 한국의 명화 100점이 전시된다. 1920~1970년대 한국미술의 대표 작가 57명이 그린 작품들이다. 이번 부산 전시에선 지난달 30일 폐막한 서울 덕수궁 전시에서 출품되지 않았던 작품 7점을 새로 선보인다. 박수근 '두 여인'(1960년대) '우물가'(1953년), 장욱진 '물고기'(1959년), 김인승 '봄의 가락'(1942년), 도상봉 '명륜당'(1933년), 김환기 '10만개의 점'(1973년), 김영주 '인간들의 계절'(1975년) 등이다.


 

김인승의 1942년작 ‘봄의 가락’. 대형 캔버스 두 폭을 연결해 만든 대작이다.
김인승의 1942년작 ‘봄의 가락’. 대형 캔버스 두 폭을 연결해 만든 대작이다.

'봄의 가락'은 한국은행 로비에 걸려 있던 작품으로 서울전에서는 아쉽게 빠졌다가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 해방 전후 서양화단을 이끌었던 작가 중 하나인 김인승이 1942년 제21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추천 작가로서 출품했던 작품이다. 대형 캔버스 두 폭을 연결해 만든 대작. 화면 중앙 빈 공간을 중심으로 음악이 공명해 울려 퍼지는 듯하다.


박수근의 '우물가'는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흙벽으로 만든 소박한 초가집을 담은 그림이다. 전쟁으로 활동이 주춤했던 박수근은 국전이 재개된 1953년 이 작품으로 특선을 차지하며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10만개의 점'은 김환기가 세상을 뜨기 1년 전에 제작한 작품이다. 화면 가득히 짙푸른 색의 점을 수평으로 빼곡하게 그리는 김환기 특유의 '전면점화(全面點畵)'의 정점을 보여준다.


 

박수근의 ‘우물가’(사진 왼쪽·1953년)와 김환기의 1973년작 ‘10만개의 점’(사진 오른쪽).
박수근의 ‘우물가’(사진 왼쪽·1953년)와 김환기의 1973년작 ‘10만개의 점’(사진 오른쪽).
이번 전시에선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1952~1953년경)' 시리즈 30점도 특별 전시된다. '수태고지' '아기 예수의 탄생' '부활' 등 성경 30가지 장면을 추려내 조선시대 풍속화처럼 그린 작품이다. 예수는 아예 도포 입고 갓 쓴 선비로 재탄생했다.

부산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작품도 있다. 박고석의 '범일동 풍경'(1951년) '가족'(1953년)은 작가가 부산에 피란 가서 그린 그림이고, 김환기의 '피란열차'(1951년)는 작가가 부산에서 해군 종군 화가로 활동하며 그린 그림이다.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은 "6·25 때 이중섭, 김은호, 변관식 같은 작가들이 피란 와서 영도에 있던 '대한도기'라는 회사에서 접시 위에 그림을 그리며 생계를 이어갔다"며 "관람객들이 부산에 서려 있는 이런 예술혼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감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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