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춤사위 의궤에서 깨어났다

입력 : 2012.09.26 23:05

인남순 한국전통무용원장 12년째 왕실 의궤 재현… 29일 운현궁서 무료 공연

남들 눈에는 어렵게만 보이는 딱딱한 한문 고서(古書)였다. 그런데 인남순(58) 한국전통문화연구원장의 눈에는 마치 뮤지컬 대본처럼 보였다. "춤 동작과 소품, 의상까지 상세한 기록을 보니 반드시 공연으로 만들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선시대 국가 행사의 전말을 담은 문서인 의궤(儀軌)에 근거한 궁중 행사 재현을 12년째 이어오고 있는 인 원장. 25일 만난 그는 "지난해 외규장각 의궤까지 찾아왔으니 그걸 위해 올핸 특별히 정성을 들였다"고 말했다.

1978년 연구원을 설립한 인 원장은 2000년 6월 궁중 무용으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섰다. 당시 디자이너 이영희씨와 함께 '역사의 바람' 공연에서 한국 전통춤과 한복 180여벌을 선보였다. 서양인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란 그가 그해 11월 시작한 것이 의궤 재현 공연. 2000년 11월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순조 때의 '자경전 내진찬'을 처음으로 되살려봤다. 2001년 9월 덕수궁에서 고종 황제의 생신 축하연 재현 때는 1만5000명이 봤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궁중무용인 춘앵전을 추고 있는 인남순 한국전통무용원장. 올해 공연에서도 10여분간 선보인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경복궁 근정전에서 궁중무용인 춘앵전을 추고 있는 인남순 한국전통무용원장. 올해 공연에서도 10여분간 선보인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공연 한 번에 1억원 안팎이 든다. 100여명이 출연하니 출연료만도 만만치 않다. 인 원장의 친정 오빠 회사인 ㈜삼아프로사운드, 한글과컴퓨터, 풍산건설 등 협찬사에서 도움을 받는다. 인 원장은 "남편(탤런트 강인덕) 지갑은 내 것이나 다름없고, 다른 식구들도 모두 돕는다"며 "5살 손자도 '할머니 쓰세요'라며 5만원을 봉투에 넣어줬다"고 말했다.

올해는 오는 29일 오후 2시 운현궁에서 1회 공연한다. 관람료는 무료. 떡과 다과도 나눠준다. 규장각이 소장한 '고종 정해 진찬의궤(高宗 丁亥 進饌儀軌)'에 기록된 신정왕후(神貞王后·조 대비)의 팔순 잔치 중 경복궁 밤 연회를 재현한다. 궁중무용 중 포구락(공을 구멍에 던져 넣으며 즐기는 놀이춤), 춘앵전(봄날 꾀꼬리가 지저귀는 모습의 독무), 검기무 등이 나온다. 수제천·여민락 등 궁중음악, 산호세·배례·거작 등 궁중의례도 볼 수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보유자인 김중섭씨가 음악감독으로, 연주는 서울대 국악과 학생들이 나선다. 춘앵무는 인 원장이 직접 춘다. 공연 당일 비가 오면 내달 27일 오후 3시로 연기된다. 문의 (02)766-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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