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미술토크] 제임스 앙소르 눈에 비친 가면세계

입력 : 2012.03.28 15:43
만약 여러분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가면을 쓴 것이고 그 가면 속에 숨은 모습은 전혀 다르다면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시겠습니까?

'제임스 앙소르' 의 눈에 비친 세상을 보시죠. 그가 서른 한살에 그린 '현명한 법관들' 입니다. 그런데 언뜻 보아도 그림 속의 모습은 현명한 법관들의 얼굴이 아닙니다.

사건에 관련된 당사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고 있으며 변호사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법관들은 듣지 않습니다. 딴생각을 하고 있거나 혹은 혼자 웃거나 하며 형식적으로 듣고 있습니다.

그림 윗부분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발이 보입니다. 아마 이런 법관들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상징한 것이겠죠. 오른쪽 위를 보시면 공평해야 할 법관의 저울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서른 두살에 그린 '나쁜 의사들'입니다. 환자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의사들과 성직자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제임스 앙소르는 특히 정치인·성직자·의사·법관 등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가면이 지배하는 고독한 세계, 온갖 폭력의 세계를 되도록 가까이 하지 않으려 했다"

이 말은 곧 자신은 옳고 세상은 잘못되었다는 말일까요? 그렇지 아닙니다.

제임스 앙소르가 한 말을 보면 모순될 때가 많았습니다. 늘 여성에 대해서 경멸과 불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경배 한다. 여성만세!" 라고 하기도 했고, 화가 루벤스를 두고 "천국과 이 세상을 창조한 아버지 루벤스를 숭배합니다" 라고 하다가도 갑자기 "벨벳과 실크에 싸인 바보"라고 조롱하기도 했답니다.

그는 모순된 화가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모순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대표작 '음모'를 보시죠. 제임스 앙소르는 세상을 두려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두려워했던 것은 세상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그것이 가면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예술의 좋은 점은 굳이 한 가지 답이 나와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답을 찾으려 하지만 때론 답을 모를 때 느껴지는 여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은 앙소르의 그림 속에서 특이한 여유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서정욱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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