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예기치 않은'… 영어, 한국어, 그리고 해설 색다른 무대언어 탐구

입력 : 2010.12.02 03:03
연극 '예기치 않은'(최진아 작·연출·사진)은 개인적인 나와 사회적인 나 사이에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5시간 거리인 베트남으로 혼자 여행 간 수정(이지현)이 주인공이다.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틈에서 새롭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그는 자신을 재발견한다. 무대는 "신차오!"라는 베트남 인사말로 열린다. 수정은 배낭여행 온 스페인 남자 라울(남수현), 호텔 직원 트촨(이준영), 과일 파는 소녀(임효선)를 만나며 때론 자신을 위장하고 때론 분노를 폭발시킨다. 머릿속에 맴도는 언어(한국어)와 입 밖으로 나오는 언어(영어)는 다르다. 그 균열은 더듬거리는 영어를 한국어로 직역(直譯)한 듯한 대사로 다가온다. 배우들은 말하고 나서 "나는 지금까지 영어로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한국어로 생각했다" 같은 해설을 달았다.

연극성이 강한 작품이다. 수정과 라울이 입을 맞춘 채 탱고를 추는 장면, 라울의 노래가 지워지고 수정의 생각이 '옛 사랑'이라는 노래로 흥얼거려지는 장면이 좋았다. 사람보다 다람쥐를 더 믿는다는 '다람쥐똥 커피'(베트남 커피) 이야기도 재미있다. 트촨과 다투던 수정이 컵을 던져 깨뜨릴 때, 그 조각은 '예기치 않게' 객석에까지 튀어왔다.

신선하지만 미완성이다. 관계와 소통, 사랑을 단순화한 틀에 담아 이야기하느라 종종 따라잡기 어려운 생략과 점프를 만난다. 하지만 다른 무대언어를 탐색하는 투지만으로도 이 연극은 박수받을 만하다.

▶19일까지 서울 선돌극장. (02)747-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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