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CF 프리미엄 리포트] 4편 공간과 존재를 그리는 방식, 이강소·서수영·함도하

입력 : 2026.04.03 13:22

공간과 존재를 그리는 방식, 이강소·서수영·함도하
[2026 ACF, AVENUEL ART FAIR]
4월 22일부터 잠실 롯데百 에비뉴엘
국내외 블루칩 작가 등 28인

조용히 숨을 고르며 한동안 침체돼 있던 국내 미술 경기가 점차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지난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1405억원으로 최근 3년 중 최고액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이고 있고, 데이미언 허스트(Damian Hirst), 조나스 우드(Jonas Wood) 등 메가스타 작가들의 전시가 연이어 한국을 찾는다. 국내 아트마켓에서는 여전히 블루칩 미술가에 대한 견고한 관심이 지속되며,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청년 작가를 향한 주목이 공존하는 가운데,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지형도를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조선일보와 롯데백화점이 공동 주최하는 프리미엄 전시형 아트페어 ‘2026 ACF, AVENUEL ART FAIR’가 4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개최된다. 유영국, 박서보, 윤형근, 김창열, 백남준, 최병소, 최명영, 이강소 등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얼굴들을 비롯해,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나라 요시토모(Yoshitomo Nara),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등 국제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큰손 작가들의 작품이 내걸린다. 이에 ‘ART CHOSUN’은 전시 개막을 앞두고, 국내외 현대미술의 생성과 전개 그리고 미래를 대표하는 참여 작가 28인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기획 시리즈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2026 ACF, AVENUEL ART FAIR' 포스터. /아트조선
'2026 ACF, AVENUEL ART FAIR' 포스터. /아트조선
 
◆행위와 감각이 점유하는 장(場), 이강소
 
바람결 같은 붓 터치와 경쾌한 색감이 캔버스 위에 공존하며 다양한 조형 요소를 이끌어낸다. 이강소(83)는 즉흥적인 붓놀림 속에서 희미한 선의 흔적을 발견하고 무의식 속에서 피어난 형상을 부각시키거나 동양적인 에너지와 존재의 본질을 담아낸다. 이강소는 사진, 회화, 판화, 조각, 설치, 행위예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전위성을 탐구한 대표적인 작가다.
 
이강소는 사유의 과정에 천착하며 회화작업에 몰두했는데 끊임없이 변하는 대상의 속성과 이미지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상황을 인식하여, 창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배제한 그리기 실험을 지속해 왔다. 작가는 1980년대 초 추상에서 시작해 1980년대 후반 집, 배, 오리, 사슴의 등의 구상을 거쳐, 1990년대 이후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상상적 실재를 이야기했고, 이는 2000년대 이후 글자와 추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이용한 작업 시리즈로 지속됐다.
 
이강소, 청명 Serenity – 220915, 2022, acrylic on canvas, 80×100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강소, 청명 Serenity – 220915, 2022, acrylic on canvas, 80×100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강소, 청명 Serenity – 220609, 2022, Acrylic on canvas, 80×100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강소, 청명 Serenity – 220609, 2022, Acrylic on canvas, 80×100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번 출품작은 2020년대에 작업했다. 이강소의 작품을 마주하면 캔버스 위에 무엇이 남았는지가 아닌 무엇이 스쳐 지나갔는지를 묻게 된다. 푸른색과 흰색이 겹겹이 쓸려 나가듯 펼쳐진 배경 위로, 몇 번의 간결한 붓질로 이루어진 형상이 등장한다. 또렷하게 묘사된 대상이라기보다는, 막 떠올랐다가 금세 사라질 것 같은 기척에 가깝다.
 
이강소는 물질에 대한 첨예한 탐구를 진행하고 그에 따른 창조적 에너지에 집중한다. 이는 이강소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동력이자 회화와 조각의 형식을 타진하고자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가의 전반을 이루는 근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철학과 미학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고유의 직관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작가의 작품은 정해진 의도 혹은 매겨지는 의미로부터 벗어난다. 이번 ‘2026 ACF, AVENUEL ART FAIR’에서도 이강소는 회화의 본질적 존재를 공간 개념으로 이끌어내 예술가, 사물, 그리고 관객이 공유하는 하나의 장으로 환원한다.
 
이강소 작가 프로필 사진.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강소 작가 프로필 사진.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한편, 이강소는 현재 대한민국 경기도 안성에서 거주하며 작업한다. 1965년 서울대학교 회화과 졸업 이후 수십 년간 다양한 전위적 예술 운동에 참여해 왔으며, 1970년 당시 주류를 이루던 화단에 반기를 든 예술가들이 모여 결성한 ‘신체제’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는 도심 외곽의 지역 예술 활동을 육성하는 데 크게 힘썼다. 1985년부터 국립 경상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작가는 이듬해 미국 알바니 소재의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객원 교수 겸 객원 예술가로 활동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아시아미술관, 중국미술관, 테이트 모던, 대구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해외 유수의 기관에서 개최된 전시에 참여했다.
 
서수영, The Labyrinth of Origin 54, 2025, Mixed media on canvas, ø50cm /아트조선
서수영, The Labyrinth of Origin 54, 2025, Mixed media on canvas, ø50cm /아트조선
 
◆한국의 전통성과 현대 추상의 파격적 융합, 서수영(Seosy)
 
전통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시각적 탐구의 장을 열 수 있을까? 서수영(Seosy)의 작업은 그 질문에 대한 강렬한 응답이다. 지난 30여 년간 궁중 인물화, 달항아리 등 한국 전통 소재를 금박과 결합해 온 작가는 최근 몇 년 사이 스스로 쌓아온 언어의 경계마저 해체하며 파격적인 '금박 추상'의 세계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기원의 미로' 연작은 금빛 주름과 평평한 단면만으로 당당한 예술적 형식을 갖추며, 관람자를 기원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이끈다.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금(金)이 가진 영원성과 물질성을 통해 기억과 상상, 현실과 초현실이 공존하는 독특한 시각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종이를 직접 만들고 동서양의 금 제작 기술을 연구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금채화(金彩畵)' 기법을 완성했다. 작업 방식 또한 특별하다. 일반적인 붓질에서 벗어나 옻칠한 바탕에 손으로 구긴 금박을 여러 층 붙이고, 그 사이로 돌가루와 아교 물을 부어 평면을 만드는 방식이다. 
서수영, The Labyrinth of Origin 24, 2025, Mixed Media with Handmade Korean paper, 130×130cm. /아트조선
서수영, The Labyrinth of Origin 24, 2025, Mixed Media with Handmade Korean paper, 130×130cm. /아트조선
 
이러한 과정은 마치 조각을 하는 것 같은 입체적인 단계와 회화의 평면적인 결과가 하나로 합쳐진 독특한 시각 언어를 보여준다. 결국 서수영(Seosy)작가의 파격적인 변신은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한국 미술(K-Art)이 가진 깊은 내공과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서수영(Seosy)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남큐브미술관, 한국미술관, 영은미술관을 비롯해 40여 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200여 회의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또한 Kiaf, 홍콩아트페어, 스코프 아트 쇼 등 40회 이상의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2015년도에 문화예술 융성사업으로 진행한 근대 이후 제작된 배채기법 작업 중 가장 큰 대작을 완성하여 한국 미감의 정수를 새로운 세대의 감성으로 보여주었다. 경기문화재단, 용인문화재단,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우수창작작가에 선정, 안견청년작가 대상, 최우수논문상, 커리어 리더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영은미술관, 한국미술관 등 여러 곳에 소장됐고,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서수영 작가 프로필 사진. /아트조선
서수영 작가 프로필 사진. /아트조선
서수영, The Labyrinth of Orig 138, 2026, Mixed Media with Handmade Korean paper, 90×90cm. /아트조선
서수영, The Labyrinth of Orig 138, 2026, Mixed Media with Handmade Korean paper, 90×90cm. /아트조선
 
서수영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남큐브미술관, 한국미술관, 영은미술관을 비롯해 40여 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200여 회의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또한 Kiaf, 홍콩아트페어, 스코프 아트 쇼 등 40회 이상의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2015년도에 문화예술 융성사업으로 진행한 근대 이후 제작된 배채기법 작업 중 가장 큰 대작을 완성하여 한국 미감의 정수를 새로운 세대의 감성으로 보여주었다. 경기문화재단, 용인문화재단,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우수창작작가에 선정, 안견청년작가 대상, 최우수논문상, 커리어 리더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영은미술관, 한국미술관 등 여러 곳에 소장됐고,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함도하, 댕김, 2026, Resin, acrylic painting, FRP, chrome, H64×40×40cm. /아트조선
함도하, 댕김, 2026, Resin, acrylic painting, FRP, chrome, H64×40×40cm. /아트조선
 
◆이토록 입체적인 사물 내러티브, 함도하
 
함도하는 일상 속 사물인 의자에 개성적 내러티브를 부여하고 감정을 시각화 해 무궁무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보통 의자는 사람과 가장 오래 맞닿아 있어 삶과 시간을 공유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그 사실을 잘 체감하지 못한다. 함도하는 이 점에 주목해 그간 소외됐던 의자의 정체성에 인격을 불어넣어 보다 입체적으로 우리 주변의 삶을 바라보게 한다.
 
함도하는 전통 머릿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주목받기도 했다. 경첩은 유지하고 서랍 레일은 사용하지 않는 등 전통 기법과 제작 방식은 고수하되, 현대적이고 세련된 외형으로 젊은 세대에게 소구했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목재를 쓰기보단 모노톤 색상의 몸체를 써 모던함을 부각하고 원색의 경첩 장식은 포인트가 됐다.
 
함도하의 대표작 의자 시리즈는 더 이상 기능적 가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등받이는 어깨처럼 기울고, 다리는 걸음을 멈춘 채 서 있는 인물처럼 보이며, 어떤 의자는 서로 기대거나 등을 돌린 채 관계를 형성한다. 작가는 의자의 형태를 변형하거나 색과 구성을 달리해 기쁨, 외로움, 긴장, 위로 같은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관람객은 의자를 바라보는 순간 그것을 사물이 아닌 하나의 존재처럼 인식하게 되고, 결국 의자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삶의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함도하 작가 프로필 사진. /아트조선
함도하 작가 프로필 사진. /아트조선
함도하, "TOM-Surprise
-블랙하트", 2025, Resin, acrylic painting, FRP, Swarovski, chrome, H40×35×D40cm. /아트조선
함도하, "TOM-Surprise -블랙하트", 2025, Resin, acrylic painting, FRP, Swarovski, chrome, H40×35×D40cm. /아트조선
 
한편, 함도하는 홍익대학교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랜드 하얏트 서울, 갤러리 MIDM, 갤러리 전, 갤러리 나우, 인사 1010 갤러리, 닷 뮤지엄, 비스타 워커힐, BHAK, 롯데백화점 등의 공간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고, 이외에도 수많은 그룹·기획 전시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문의 (02) 724-6328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