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16 15:55
장파 개인전 ‘Gore Deco’
2026년 2월 15일까지 국제갤러리 서울 K1과 K2
2026년 2월 15일까지 장파의 개인전 ‘Gore Deco’가 국제갤러리 서울 K1과 K2에서 열린다. 장파는 회화와 글을 통해 ‘그림’과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된 개념을 비판하며, 여성적 그로테스크와 역사적으로 타자화된 감각들을 시각적으로 탐구해왔다. 그는 남성 중심의 시각 언어에 의문을 제기하고, 여성주의적 주체성을 회화적 어법으로 확장하며, 여성의 신체 및 감각을 주체적 형상으로 재구성한다.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전시 제목과 동명인 회화 연작 ‘Gore Deco’를 비롯해 드로잉, 동판화, 실크스크린 벽화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 약 45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통적 여성 이미지를 재맥락화하고, 유머와 비틀기를 활용하여 기존의 시선을 전복한다. 특히 파스텔톤으로 채색된 신작은 여성을 상징하던 분홍색을 그로테스크하게 뒤틀어 신체 기관과 연결시킨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신체와 정체성이 폭력적 구조에 놓이게 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동시에 ‘장식’이라는 개념이 내포한 위계적 함의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 ‘Gore Deco’에서 ‘Gore’는 여성, 퀴어, 소수자 등 중심부에서 배제된 주체들의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상징적 폭력을, ‘Deco’는 종종 하찮거나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온 장식성과 그에 얽힌 미적·사회적 질서를 상징한다. 전시는 서로 생경한 두 감각을 병치함으로써, 신체와 장식, 숭고와 혐오, 위계와 향유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균열을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회화적 전통 자체를 해체하고 부정하는 것에 머물게 하는 대신,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K1 2층 전시장에서 장파는 해골 도상의 그로테스크함이 다채로운 색감, 그리고 장식성과 충돌하며 자아내는 기이함을 바탕으로, 하위 범주로 자리매김해 온 장식의 역할을 재정의한다. 작가는 캔버스 중앙의 해골 형상보다 형형색색 화려한 색감의 배경을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회화에서 전통적으로 통용되어온 형상과 배경의 위계를 무력화한다. 또한 회화면에 장식물, 금속 하드웨어, 머리카락, 거즈, 스티커 같은 비전통적이며 비천한(abject) 재료들을 장식적 요소로 과감히 도입해, 개념화된 색채의 이상을 방해하고 개념과 물질 사이의 경계를 해체한다. 이러한 작가의 방식은 억압된 육체의 상흔을 장식으로 치환하고, 육체적 감수성을 회복시키며, 고통의 재현을 향유의 경험으로 전환한다.
K2 전시장에서 장파는 여성의 신체가 다루어지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역사 속 여성 재현의 이미지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발견한 동시대의 여성혐오 이미지,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시구 등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캔버스에 전사한 후 파편화된 신체, 내장, 눈과 입술 같은 ‘구멍’의 이미지와 병치한다. 이처럼 회화적 순수성과 장식성 사이의 혼종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작가의 전략은 냉소적 유희를 불러일으키며, 시각적 위계와 질서를 일시적으로 붕괴시켜 비판적 층위를 형성한다. 여기서 ‘몸’은 단순히 고통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그 흔적을 발판 삼아 감각적 전복을 수행하는 주체로 재구성된다. 회화 속의 상처는 응시를 요구하고, 분절된 육체는 우스꽝스러울 만큼 과장되며, 고통은 정념적 진지함에 포획되기보다 조롱과 유희의 형식으로 비틀린다. 이러한 웃음은 단순한 위안 혹은 해학이 아니라 제도화된 미적 감수성과 윤리적 판단을 교란시키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한편, 장파는 2006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미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석사 졸업하였다. 주요 개인전으로 인천아트플랫폼(2020), 두산갤러리 뉴욕(2017), 소마미술관(2016), OCI미술관(2011) 등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2024),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4), 송은(2023), 아르코미술관(2023), 서울시립미술관(2015)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