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수수께끼 ‘크립토스’ 해답 약 100만 달러에 낙찰

입력 : 2025.11.25 13:42

풀리지 않은 K4 출품
R.R. 옥션에서 96만 2500달러 낙찰

작품 크립토스. /R.R. 옥션
작품 크립토스. /R.R. 옥션
 
현재 CIA본부에 전시된 수수께끼 조각 작품 ‘크립토스’는 곡선형 청동 패널에 암호화된 문자가 새겨져 있다. 암호는 K1, K2, K3, K4로 구성됐으며 이 중 K1, K2, K3는 해독됐다.
 
그러나 K4는 세계적인 암호학자들조차 풀지 못하고 미궁으로 남아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 짐 샌본(Jim Sanborn)은 컴퓨터 해킹과 각종 위협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얼마 전 80세가 된 샌본은 이제 해답을 경매 최고 입찰자에게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작가 짐 샌본의 이러한 고민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샌본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서 모든 서류를 스미소니언 박물관 파일에 K4 해답을 백업해두었다”라고 밝혔다. 이 파일은 2075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크립토스와 함께 촬영한 짐 샌본의 모습. /R.R. 옥션
크립토스와 함께 촬영한 짐 샌본의 모습. /R.R. 옥션
 
K4 해답은 R.R. 옥션의 온라인 경매를 통해 출품됐다. 사전 낙찰 예상가 30만 달러(한화 약 4억 4천만원)를 훌쩍 뛰어넘어 96만 2500달러(한화 약 14억 2천만원)에 낙찰됐다. 수익금의 일부는 장애인 프로그램에 기부된다.
 
크립토스는 1990년에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부지에 설치된 높이 3.6미터, 길이 6미터의 설치 작품이다. 크립토스는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으며, 구리, 석화목, 물, 돌 같은 혼합재료로 제작됐다. 그리스어 ‘숨겨진’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작품 이름을 따왔다. 샌본은 크립토스의 곡선형 구리 스크린에 약 2,000개의 문자를 손으로 새겨 넣었고, 각 문자는 새로운 코드를 사용하여 네 개의 메시지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암호 시스템은 1989년 CIA 암호 센터 의장직에서 은퇴한 에드워드 샤이트(Edward Scheidt)가 설계했다.
 
작품 크립토스. /R.R. 옥션
작품 크립토스. /R.R. 옥션
 
바비 리빙스턴(Bobby Livingston) RR 옥션 부사장은 "이상적인 결과는 낙찰자가 비밀을 공개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밀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다."라며 해답을 공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내용의 경매 발표 기자 회견을 가졌다. "다른 사람이 순수한 지적 노력으로 암호를 해독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사람의 성공을 확인할 열쇠를 당신이 쥐고 있다는 것을 아는 만족감을 상상해 볼 것. 그것이 바로 크립토스의 진정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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